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7) / 우아! 무지 맵다 - 김은의 ‘고추장론’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7) / 우아! 무지 맵다 - 김은의 ‘고추장론’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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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7) / 우아! 무지 맵다 - 김은의 ‘고추장론’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7) / 우아! 무지 맵다 - 김은의 ‘고추장론’

  고추장론

  김은


  청양고추 100%
  활화산 같은 고추장
  여름 내내 입맛을 돋우었다
  오매! 징하게 매운맛
  고추장만으론 너무 약해
  이름까지 꼬추장으로 바꿔 불렀다
  고놈 한 숟갈이면
  생선찌개는 비린내가 가시고
  폭염에 시달린 몸까지 
  시원하기도 해
  밥 한 공기로는 부족했다
  그리고 가을, 급성
  위염이라는 계엄군이 쳐들어왔다
  붉은 군화로 위장한
  고추만 봐도 지레 겁을 먹는다 
  초콜릿 한 개에 속이 쓰리고
  칠갑산 자락
  태양초에 달아올랐던 입맛은
  타다 남은 숯덩이다
  깨작깨작, 고양이 주둥이가 되어
  저녁을 먹는 시간
  고추장 종지를 치운 밥상에서
  과유(過猶)에 길들인 미각
  불급(不及)의 쓰린 교훈 하나 얻는다  

  —『시작』(2019년 가을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77) / 우아! 무지 맵다 - 김은의 ‘고추장론’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김은 시인은 매운 것을 잘 드시나 보다. 나는 매운 것을 통 못 먹는다. 언젠가 낚지볶음을 먹다가 죽는 줄 알았다. 혀만 얼얼한 것이 아니라 위장이 뒤틀려 데굴데굴 구를 뻔했다. 아구찜도 매워서 쩔쩔 매며 먹는다. 
  시인이 고추장을 여름 내내 맛있게 먹었는데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급성위염이 와서 고추장 종지가 사라져 버렸다. 공자 왈,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했는데 그 매운 청양고추 100%의 고추장을 너무 즐겨 먹어서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아무튼 이 시는 고추장의 매운 맛에 대한 찬가다. 고추장은 생선찌개의 비린내를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폭염에 시달린 몸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고추장. 아니, 꼬추장. 청양고추를 꼬추장에 푹 찍어 먹는 사람이 내게는 외계인이다. 하지만 웬만한 한국 음식에 마늘과 고추 혹은 고추장이 안 들어가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김은 시인의 위염이 빨리 나아 고추장에 밥을 벌겋게 비벼 한 그릇 뚝딱 드시기를 바란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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