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게, 더 쉽게 : 2020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들여다보기
더 넓게, 더 쉽게 : 2020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들여다보기
  • 조은별 기자
  • 승인 2019.10.10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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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를 토대로 현장에 더 가깝게! 개편된 문학창작기금 사업 설명회 열려
2020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사업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 정대훈 부장[ 사진 = 조은별 기자 ]

[뉴스페이퍼 = 조은별 기자] 지난 9월 30일, 혜화역 이음센터에서 2020년 아르코(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기금(이하 창작기금) 사업 설명회가 열렸다. 창작기금은 해마다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어 예술 지원 부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는 증가하는 관심만큼 지원 대상자들의 궁금증도 많을 것으로 예상, 해당 사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올해 처음 별도 설명회 자리를 마련했다. 사회 및 사업 설명은 문예위 문학지원부 정대훈 부장이 맡아 진행했다.

이날 사업 설명회는 2020년을 맞아 새롭게 개편된 창작기금 사업 내용을 전달하고, 현장 질의응답을 통해 설명이 부족한 대목을 보충해가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현재 창작기금은 실제 수혜 대상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매년 현장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관련 내용을 개편해나가고 있다. 2020 창작기금 개선 사항은 “대상은 넓게, 신청은 쉽게, 과정은 투명하게, 심사는 공정하게”라는 네 가지 핵심을 골자로 한다. 

대상은 넓게

개편된 2020년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신청서 [ 사진 출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개편된 2020년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신청서 [ 사진 출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2020 아르코 창작기금은 신청 자격요건 충족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수혜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사업은 해당 장르 등단자를 기준으로 신청 자격을 부여했다. 오는 2020년 사업부터는 등단 대신 창작 활동을 기준으로 자격을 심사한다. 이는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데뷔 방식과 다양한 활동들을 보다 폭넓게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평소 문예위가 문학 생태계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창작 활동 시작의 근거로는 신춘문예, 신인문학상 수상 외에도 단행본(작품집) 출간, 온라인 디지털 매체를 포함한 문예 매체 작품 발표가 모두 채택된다. 단행본은 앤솔러지, 전자책의 형태도 모두 인정되며 판매ㆍ유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간행물은 제외한다. 희곡의 경우 최초 공연 상영도 창작 활동 시작으로 간주한다. 

등단 심의 제도를 삭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독립 문예지, 웹진 활동 등 기성 문단 밖에서 이뤄져 온 비등단 문학 활동까지 수용함으로써 창작 활동의 다양성을 독려하고 문학 저변 확대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비등단 문인들의 권익 신장에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문단 권력 재생산의 단초로 지적받고 있던 등단 제도를 더는 기준으로 세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단 계급화 문제 해소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등단은 등단지에 따라 문학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부여하고 구획을 짓는 등 불건전한 위계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최근 그 의의와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신청은 쉽게

문예위 측은 창작기금 신청 문턱을 낮추기 위해 몇 가지 개선안을 내놓았다. 우선, 보다 명확해진 심의 기준을 마련하고 신청서에 항목별로 반영했다. 또한 전반적인 내용을 재정비하여 이해가 어려운 대목을 수정하거나 중복 항목으로 판단되는 지점을 삭제해 불필요한 부분을 줄였다. 일반인에게 낯설게 다가갈 수 있는 행정용어도 다수 일상용어로 갈음했다. 

신청서 디자인 역시 개선되었다. 기존 서류보다 가독성을 높이는 디자인을 채택해 직관적 이해를 추구했다. 정대훈 부장은 “용어의 모호함이나 가독의 불편함 때문에 서류 작성을 어려워하는 신청자들이 많았다.”라며 “사용자가 읽는 데 어려움이 없고 쓰기 편한 서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라고 수정 의도를 밝혔다. 자세한 사항은 상기 이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과정은 투명하게

심사 진행 과정은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내부적으로 1차, 2차 심의를 모두 거친 후 최종 선정 결과만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진행이 작가 활동을 제약한다는 모순을 낳았다. 신청자는 미발표작을 심사 자료로 제출하게 되는데, 선정 여부를 알 수 없는 동안은 해당 작품을 투고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에 문예위는 신청자 입장을 고려하여 공개 방식을 전면 수정했다. 오는 2020년부터는 1차 심의를 마친 후 이에 관한 결과 발표를 마치고 2차 심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또한 심의 결과는 신청자에게 직접 문자로도 전송된다.

심사는 공정하게

문예위에서는 심의위원 후보단을 연중 상시 모집하고 있다. 심사 전문 분야는 최대 두 개까지 선택 가능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현장 전문성 있는 심사위원의 공정한 평가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먼저 심의 관여 금지에 대한 규칙이 마련되어 있다. 크게 '제척'과 '회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제척은 심사위원 본인 및 배우자, 또는 본인 및 배우자의 직계 혈족 등이 심사 대상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경우, 해당 심사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다. 회피는 심의 대상 사업이나 신청 주체가 개인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 적용하는 제도다. 다만 개인적 관련이라는 지점에 자발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어 기준이 다소 난해하다는 한계가 있다.

내외부로부터 부당한 강요 및 청탁이 발생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외압신고제도 도입되어 있다. 이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신설된 것으로,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발전해나가고자 하는 문예위의 각오가 담긴 규정이다.

또한 2020년 아르코 창작기금은 심사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새롭게 모니터링 제도를 도입했다. 앞으로의 심의 진행 과정은 외부 평가 위원으로 구성된 '공정 심의 위원회'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점검받게 된다. 

심의 과정 및 결과에 이의 사항이 있는 경우 '지원 심의 옴부즈만 제도'를 통해 피해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심사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결과 발표 후 15일 이내 기초 사실관계 및 증빙자료를 동봉하여 문예위 홈페이지에서 이의를 접수하면 된다.

2020 창작기금이 이렇듯 다양한 개선을 이룬 데에는 실제 수혜 대상자들에게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의 역할이 컸다. 정대훈 부장은 “현장에 있는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 사업 신청에서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통계를 내서 지표를 확인하기도 하고, 설문을 통해 직접적인 의견을 받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히며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현재 새로운 논의도 설문 결과를 토대로 진행되고 있다. 정대훈 부장은 "설문 중 서류 제출 적정성 평가를 보면, '적절하지 않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장편 분야 지원자들이다. 이 부분을 검토하여 대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더 넓은 대상에게 더 쉽게 다가가고자 다양한 개선을 이룬 아르코 창작기금은 오는 12월부터 새로운 지원자들을 모집할 예정이다. 정대훈 부장은 “작가분들이 풍부한 문예 활동을 펼치시는 데 있어 문예위가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정대훈 부장은 “창작기금 사업은 여러분과 함께 성장하는 사업이 될 것이다. 바라는 점이나 불편했던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의견을 내주시길 바란다.”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