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시인 특집] 좋은 시 14. 투명한 얼굴 - 성다영 시인
[신인 시인 특집] 좋은 시 14. 투명한 얼굴 - 성다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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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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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에서는 데뷔 5년 미만의 신인 시인들 중, 작품이 뛰어난 시인을 선정하여 미발표 신작 시와 시에 관한 짧은 단상, 에세이 등을 연재합니다. 시인들의 시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뉴스페이퍼에서는 데뷔 5년 미만의 신인 시인들 중, 작품이 뛰어난 시인을 선정하여 미발표 신작 시와 시에 관한 짧은 단상, 에세이 등을 연재합니다. 시인들의 시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투명한 얼굴

 

  (여기서 시작해)
  (여기서 시작해)
  (여기서 시작해)
  도시에서 열리는 과일은 대체로 수확하지 않는다 새가 그것을 먹는다 살을 제외한 열매의 다른 부분이 가지에 붙어있다
  겨울이 지나갈 동안 그것은 얼고 녹는 것을 반복한다 이제 그것은 딱지처럼 나무에 앉았다
  봄이 되면 저것은 어떻게 되는 거지?
  어떻게 되지 않는다

  봄에 새로 돋아난 잎과 썩어서 말라비틀어진 열매가 한 가지에 붙어있다

  반복한다

  고기는 고기이기 전에 귀엽고 고기인 다음에는 맛있다 여자는 여자이기 전에 귀엽고 여자인 다음에는 맛있다
  이상하지 않니?
  (여기서 시작해)
  (여기서 시작해)
  (여기서 시작해)*
  그러나 누군가에게 법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

  사람들이 내게 말한다
  죽지 마세요

  고무찰흙으로 포스터를 고정한다
  더 세게 해봐
  나는 은유를 해체한다
  이미지가 흘러내린다
  남편이 없다면 어떤 죄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간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든다
  그는 숲을 헤매다 생각한다
  이 산에도 주인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우리는 사랑과 정의를 부정한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는다
  왜 멜로드라마는 계급투쟁으로 읽히지 않는가
  우리는 우리를 이용한다
  우리는 우리를 구분한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부정한다

  거기서 무얼 하나요, 어린 남자여

  인간에게는 시간성이 없다
  나는 고향이 없다
  고기가 그렇듯이

  나는 흘러내린다 

  나는 너를 죽여야겠다

 

  * 데버라 리비, 알고 싶지 않은 것들
  ** 푸른잔디회 행동강령 중 하나

 

 

시작노트

지구는 인간이 필요 없다

 

성다영 시인.

2019 경향신문 신춘문예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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