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노벨문학상 수상자 “관객모독” 쓴 오스트리아 페터 한트케에게 돌아가
2019 노벨문학상 수상자 “관객모독” 쓴 오스트리아 페터 한트케에게 돌아가
  • 조은별 기자
  • 승인 2019.10.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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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가치’와 ‘정치적 입장’ 크게 대립, 올해도 논란 휩싸인 노벨문학상
[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

 

이례적으로 두 명의 수상자를 동시 발표하겠다고 밝혀 여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른 2019 노벨문학상이 오스트리아의 작가 페터 한트케에게 돌아갔다. 게오르크 뷔히너상, 프란츠 카프카 문학상, 국제 입센상, 하인리히 하이네 문학상 등 다양한 문학상을 석권해 온 페터 한트케가 78세의 나이로 드디어 노벨문학상의 영예까지 차지했다.

페터 한트케는 평소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돼 왔던 이른바 ‘단골 후보’였다. 1942년 오스트리아의 가난한 소시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을 제2차 세계대전의 복판에서 보냈다.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나라의 시골 마을에서 억압된 삶을 살았던 영향일까. 그의 작품 속에는 권위에 대한 저항과 비판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다. 문학에 부여돼 왔던 기존의 가치를 거부하고 새로운 방식을 추구해왔던 그는 대표작 “관객모독” 등을 통해 파격적인 자취를 남겨 온 것으로 유명하다.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행보로 ‘독일 문학계의 이단아’라는 칭호까지 부여받은 페터 한트케의 대표작 “관객모독”은 기존의 연극 체계를 전면 부정하는 방식으로 화제를 모은 문제작이다. 극의 장르적 개척을 이루었다는 평가까지 얻고 있는 작품 “관객모독”은 전통극의 서사와 소통 체계를 무너뜨리며 무대 위 사건과 캐릭터를 전면 배제한다. “우리는 그저 말할 뿐이다.”라며 독백을 이어가던 배우들은 비속어로 치달아 급기야 관객을 향해 모욕적 언사를 쏟아낸다. 이 작품이 상영되는 동안 관객들은 극의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고, 나아가 현실과 극이 혼재된 낯선 경험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페터 한트케의 정치적 입장을 문제 삼아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한 것이 적절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페터 한트케가 전 유고슬라비아 연방 공화국의 대통령이자 ‘인종 청소’로 악명을 떨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옹호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생전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였던 밀로셰비치는 코소보 전쟁을 주도하며 잔학한 인종 대학살을 저질러 ‘발칸의 도살자’라는 수식을 얻기도 한 독재자다. 페터 한트케는 전범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밀로셰비치가 사망했을 당시 그의 장례식에 참석해 “그는 비극적인 인물이었다.”라는 논지의 연설을 남겨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한편 페터 한트케의 저서로는 희곡 “관객모독”, 자전 소설 “반복”, 장편 소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과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소망 없는 불행” 등이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그의 작품은 현재 다수 한국어로 정식 출간되어 있어 온ㆍ오프라인 서점 등에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