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2) / 안쓰러운 아버지 - 양영순의 ‘코골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2) / 안쓰러운 아버지 - 양영순의 ‘코골이’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1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2) / 안쓰러운 아버지 - 양영순의 ‘코골이’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2) / 안쓰러운 아버지 - 양영순의 ‘코골이’

  코골이 

  양영순


  그르럭 푸우 그르억 푸우
  쿠르렁 푸우 쿠르렁 푸우

  증기 뿜으며
  달리는 기차

  어디쯤 
  가고 있을까? 

  지쳐 잠든 아빠가 
  즐기는 여행

  찬바람 맞을까 
  이불깃 여며 드립니다

  —『계간문예』 (2019년 가을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2) / 안쓰러운 아버지 - 양영순의 ‘코골이’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가 주무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터에서 돌아와 지쳐 주무시는데 코를 심하게 곤다. 이 동시의 화자인 어린이는 아버지의 그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런 태도를 두고 효성 운운할 수는 없겠지만 어린이의 생각이 바르니 얼마나 기특한지.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가 「무지개」라는 시에다 쓴 유명한 구절,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어른이 어린이한테 배울 것이 있으니, 그것이 동심이고 선심이리라. 사랑이고 자비심이리라. 

  요즈음 놀이방, 유치원, 초등학교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집집이 외동이면 더더욱 중요한 것인 사회성 함양일진대 그게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몇 년 전, 제주도에 비행기 타고 다녀오면서 두 아이가 처음부터 떠들고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는데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금방 도착할 테니 참자는 분위기였다. 모든 승객이, 스튜어디스들도 눈에 쌍심지를 돋우었지만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할 때까지 누구 한 사람 말하지 않고 참았다. 자유방임이 공중도덕보다 더 중요한 덕목은 아니다. 지쳐 잠든 아빠에게 다가가 이불깃을 여며 드릴 줄 아는 어린이의 마음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할 것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