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없는 문학사를 꿈꾸다, 늘샘 김상천 문예비평가 "미당 신화" 출간!
미당 없는 문학사를 꿈꾸다, 늘샘 김상천 문예비평가 "미당 신화" 출간!
  • 조은별 기자
  • 승인 2019.10.14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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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미워하고 사람은 단죄하라”, 친일 문인 권력으로부터의 대담한 독립 선언 내놓다
[ 사진 = 조은별 기자 ]

'미당 없는 문학사, 상상하기 어렵다고?'

서정주 사후 19년, 여전히 거듭되는 그의 신화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 늘샘 김상천 문예비평가(이하 늘샘)가 서슬을 드러냈다. 미당에 대한 전격 비판을 담은 칼럼 "미당 신화"는 거침없는 말투로 '미당 없는 문학사'의 필요를 시사하며 이제껏 미당 권력을 방관해 온 우리 문단에 단죄 없는 반성의 불가능성을 설파하는 책이다. 지난 8월 출간된 "미당 신화"는 지난 2017년 언론사 뉴스페이퍼에 게재돼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미당문학상 기획 칼럼 - 미당 서정주, 그는 을마나 진실한 시인이었나‘를 수정 보완해 한 권으로 묶은 단행본이다.

“미당 신화”가 조명하고 있는 서정주 시인은 생전 저지른 적극적 친일 행적으로 인해 친일인명사전에도 그 이름이 오른 대표적 친일 문인이다. 그는 제목에서부터 ‘송가’를 표방하는 시를 써 일본에 부역하는 한편, 군부 독재 정권 시절 당시 전두환의 생일을 맞아 ‘예찬시’를 지어 바치는 등 비판 없이 권력에 충성하는 모습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부도덕한 행위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단에서 서정주 시인의 문학적 입지는 여전히 견고하다. 친일 행적을 이유로 교과서에서 삭제되었던 그의 작품을 문학적 성취라는 미명 하에 슬그머니 다시 싣기도 했고, 불과 사 년 전인 2015년에는 서정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미당 시 전집이 발간되기도 했다. 더욱이 이영광 시인은 미당 전집 완간을 축하하는 중앙일보 ‘책 속으로’ 칼럼에서 “미당 없는 문학사를 상상하기는 매우 어렵다.”라는 찬사를 던져 서정주 시인을 둘러싼 문단 결속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는 같은 글에서 “적폐를 청산하여 역사적 근기를 마련하자는 생각의 당위는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학적 검토가 빠져서는 안 된다.”라며 서정주를 적극 비호했다.

늘샘 김상천 문예비평가 [ 사진 제공 = 사실과가치 출판사 ]

“미당 신화”는 미당 서정주의 ‘만들어진 신화’를 전면 비판하는 인물 에세이다. “미당 신화”는 ’주례사 비평‘이 묻어둔 서정주의 치부를 샅샅이 들추어내는 한편 자성 없는 평단에 역시 거침없는 일침을 가한다. 서정주 사후 19년, 여전히 서정주에 대한 비판을 마치 ’터부 삼듯‘ 회피하는 평단의 게으름이 서정주의 권력을 답습하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늘샘의 선언은 우리에게 비단 반성과 성찰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조리한 문단 현실 고발의 선봉대에 선 그가 시사하는 바,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용기를 배울 수 있다.

또한 늘샘은 그의 저서 “미당 신화”를 통해 서정주의 권위를 결속시키는 문단 세력을 ‘괴물 엘리트’라고 정의하며 강하게 질타한다. 문학사적 성취를 핑계로 서정주를 기리고 기념하는 행위가 ‘순리에 따르는 삶’이었다는 자기변호 하에 서슴없이 약자 유린의 편에 섰던 ‘병든 수캐’ 서정주 시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늘샘은 이어 이익을 편취할 목적으로 친일 시인을 신격화하는 기회주의자적 태도야말로 지금까지 친일 문인의 이름을 문학사적 신화의 위치에 끌어다 놓은 부역자적 태도라고 일갈한다. 

“시는 다만 언어가 아니다. 언어의 뿌리가 삶에 기반하고 있으니, 삶을 떠난 언어는 진실을 노래할 수 없다.”라는 늘샘의 말을 통해 우리는 작가와 작품, 나아가 사람과 행위-죄를 분리하는 시각의 위험성을 절감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 속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반영되기 마련이므로, 시인의 삶이 부정으로 점철된 이상 그의 작품 속에서 미학과 문학적 성취를 읽어내는 행위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어두운 역사 속에서도 저항과 성찰을 기반으로 창작을 개진했던 작가들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미당 없는 문학사’야말로 진정한 민족, 참여 시인을 재조명할 기회인 셈이다.

권력에 굴종하며 비겁으로 얼룩진 삶을 살아오고도 끝내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라며 고개를 돌려버린 서정주 시인. 그의 신화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여전히 그의 작품을 고평가하며 기려온 우리 사회의 안일한 용서일 것이다. 권력의 중심에 서지 못했을지언정 일각에서는 항상 서정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웃듯 미당 문학상은 잠정 중단에 들어갔을 뿐 여전히 존속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니 마침내, 우리는 미당이라는 가짜 신화에서 깨어나 문단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꿔야 할 때가 왔다. 문단 적폐 청산의 비장한 의지를 담아 “노예의 수사학이자 종놈의 신화로부터 벗어나라”고 외치는 늘샘의 비장이, 서정주를 둘러싼 친일 문인 권력을 전복할 역사적 전환의 도화선이 되길 바란다. 

한편 늘샘의 “미당 신화”는 인터넷 교보문고, 알라딘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책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사실과가치 출판사 블로그에서 확인 가능하며, 기존에 게재했던 칼럼 원문은 뉴스페이퍼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