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3) / 고양이들의 수난 – 박해림의 ‘길고양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3) / 고양이들의 수난 – 박해림의 ‘길고양이’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1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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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3) / 고양이들의 수난 – 박해림의 ‘길고양이’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3) / 고양이들의 수난 – 박해림의 ‘길고양이’

  길고양이 

  박해림


  잠은 어디서 자는 거니?
  밥은 먹었니?

  어디로 가는 거니? 

  담벼락에 웅크려 질문을 던지게 하지만,
  매번

  야옹!
  야옹!

  야아옹!

  2, 3음절 울음 한 번 던지면 그뿐이다

  골목 어귀에서부터 숨죽이고 따라붙다가
  돌아보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는

  어제처럼 내일은
  골목 하나가 또 사라질 것이다

  —『오래 골목』 (시와소금,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3) / 고양이들의 수난 – 박해림의 ‘길고양이’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고양이들의 수난이 끝이 없다.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는 동물인데 만만해서 그런지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건이 종종 보도된다. 사람이 고양이를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날에는 가슴이 쩌릿쩌릿 아프다.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고양이는 얌전하고 도도한 동물이다. 제 나름대로 살기가 버거울 텐데 인간은 죄 없는 고양이를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는다. 연쇄살인범만이 생명을 빼앗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가? 자신의 목숨이 귀한 것만큼 동물의 목숨도 귀한 것이거늘.  

  이 시는 동시처럼 전개되는데, 마지막 연은 상징적인 표현이라서 동시가 아님을 알게 한다. 조용했던 교외의 전원마을이 고층아파트 단지로 바뀌는 일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골목은 고양이의 삶의 터전인데 골목 하나가 사라지면 고양이는 살 곳을 잃어버린다. 지금은 고양이의 집이 승용차 밑이다. 로드 킬로 죽는 고양이를 포함해서 하루에 차바퀴에 깔려 죽는 고양이가 몇 마리가 될까? 골목을 화두로 삼아 쓴 14편의 시 가운데 이 시가 제일 슬펐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내가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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