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등단제도의 관계를 짚어보는 ‘등단제도와 문학의 경계’ 포럼 개최! 신철규, 오빛나리, 조해주, 최진석, 김대현 문인 참여
문학과 등단제도의 관계를 짚어보는 ‘등단제도와 문학의 경계’ 포럼 개최! 신철규, 오빛나리, 조해주, 최진석, 김대현 문인 참여
  • 최종일 기자
  • 승인 2019.10.1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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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최종일 기자] 지난 4일 ‘등단제도와 문학의 경계’로 포럼이 열렸다. 시인과 평론가가 등단제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등단의 제도로서 유효성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포럼은 김대현 평론가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고 신철규 시인, 오빛나리 시인, 조해주 시인, 최진석 평론가가 참석했다.

포럼에 참여한 조해주 시인, 최진석 평론가, 오빛나리 작가, 신철규 시인(사진 왼쪽부터) [사진 최종일 기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전, 김대현 평론가는 청중에게 포럼의 취지를 설명했다. 근대문학 형성 후 불거진 문학 권력 논쟁, 표절사태에 관한 주류 문예지의 대응방식, 문단 내 성폭력, 대필 사건 등 문학계의 상황을 언급했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이 표출된 계기는 문학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배분된 게 아니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소수에게만 전유 되는 방식이 이루어졌고, 등단은 이를 구조화하는 대표적 제도로 기능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을 통해 등단제도를 검토하고, 제도의 형식에 근본적 물음을 던져보겠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변화하는 움직임을 모색하고 관객과 사유하고자 한다며 취지를 밝혔다.

사회를 맡은 김대현 평론가 [사진 최종일 기자]

등단제도를 거친 작가는 여러모로 이점을 누리게 된다. 등단 여부는 공식적으로 작가라는 직함을 얻게 해 준다. 이 외에도 평론가나 교수와 같은 학자에 의해서도 연구의 대상이 된다. 더불어 문화예술위원회 기금과 같은 공적 지원의 준거가 된다. 책이 출간되면 비교적 언론의 조명도 쉽게 받을 수 있다. 첫 질문으로 김대현 평론가는 참석자에게 공통질문으로 등단이 가지는 의미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조해주 시인 [사진 최종일 기자]

조해주 시인은 등단은 시인이란 직함을 유지할 수 있는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발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선자를 정확하게 배출하는지에는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신춘문예는 매년 수천 명의 지원자의 작품 중 분야별로 각 한 명의 당선자만을 선정한다. 작가가 되고자 마음먹은 습작생은 등단제도 외에는 다른 가능성을 찾기가 힘든 상황을 언급했다. 결국 신춘문예에 탈락한 습작생은 심적 압박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최근 자신이 등단을 거치지 않고 아침달 출판사에서 시집을 출판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다른 방식으로도 시인이 되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보편화 된다면 등단제도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최진석 평론가 [사진 최종일 기자]

최진석 평론가는 이번 포럼은 등단제도에 관해 완고한 찬성이나 반대를 표현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말했다. 목표는 등단제도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근본적인 성찰을 해보자는 뜻을 밝혔다. 등단제도에 문제점을 제기한 목소리가 나온 지 시간이 꽤 지났으며, 어떤 이유로 문제로 여겨지는지 짚어보자며 말을 이어갔다. 등단이 문학을 매개로 일종의 자격심사 기능을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시인이나 소설가 혹은 비평가에게 자격이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작품은 마음의 감흥만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거고요. 특히나 요새는 SNS를 통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소설을 쓰더라도 소설가냐고 물었을 땐 상대방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죠. 이유는 등단을 안 했기 때문인 거구요. 등단이 문학의 제도로서 절대적 기준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등단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최진석 평론가는 제도권에 포섭된다는 점을 꼽았다. 등단이 문학과 작가가 만나는 기능을 하는 게 아니라, 문학을 매개로 만들어진 제도에 속한다는 걸 의미하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자면 작가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느 과를 졸업했는지, 어느 선생님에게서 공부했는지 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을 언급하며 말을 마쳤다.

오빛나리 작가 [사진 최종일 기자]

오빛나리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며 말을 꺼냈다.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한 고양예고 문창과 졸업생 모임 ‘탈선’의 대표를 맡은 바 있다. 현재는 ‘우롱센텐스’에서 새로운 문학의 장을 모색 중이다. 고양예고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마찬가지로 대학에서도 문예창작과를 전공했다. 자신은 학교 내에서 문학을 공부하면서 문학의 틀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등단의 가장 큰 문제는 등단만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점을 꼽았다. 이는 작가가 되는 과정에서 등단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신의 글을 연재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습작생은 등단만 바라보고 있다. 이런 모습이 신기했다”고 오빛나리 작가는 말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서 던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등단의 폐지를 논의하자는 게 아니에요.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왜 등단만 바라보고 있는지, 어째서 다른 방식의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느끼지 못하는지 새로운 질문을 던져봐야 해요”고 말을 끝맺었다. 

신철규 시인 [사진 최종일 기자]

신철규 시인은 당선자를 결정하는 심사 제도의 공정성을 살펴보자고 말했다. 만약 공정하지 않다면 등단제도는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와 같은 문제도 생각해 볼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근 등단 제도권 밖의 움직임이 활발해졌음을 언급했다. “조해주 시인과 같이 등단을 거치지 않은 작가도 책을 출간하고 있어요. 그 외 다른 시인들의 예시도 있습니다. 미등단의 시인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습작생일 때 겪은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신춘문예 표를 작성한 일화를 청중에게 소개했다. 각 신문사 매체별로 신춘문예의 경향과 심사위원을 정리한 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신춘문예에서 연이어 최종심 고배를 마신 선배들도 이런 과정을 겪었다고 했다. 등단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신춘문예 제도가 100년 동안 바뀌지 않고 있음을 언급했다. 

예심위원들은 젊어지는 반면, 본심에서는 원로문인들이 심사하기에 심사위원 서로 간 의견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음을 말했다. 한마디로 예심위원들이 올린 작품을 본심에서는 흡족해하지 않아 작품을 탈락시키는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제는 심사위원 구성에 있어서 다양화가 필요합니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한 일종의 패자부활전 자리를 마련하자고 말했다. 아깝게 떨어진 작품을 모은 ‘낙선작품집’을 발간해서 좋은 시인과 작품을 구제할 방안들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이날 등단에 관한 참석자의 발표가 끝나자 김대현 평론가는 개별질문을 던졌다. 김대현 평론가는 최근 문학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등단제도를 거치지 않고 책을 출간한 조해진 시인에게 등단제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각을 물었다.

조해주 시인은 “제도의 경계가 확실할수록 선을 긋고, 지우고, 깨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건강한 제도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쟁이 가지는 순기능은 필요하다고 보나, 문학에서 경쟁을 거쳐 한 명만 살아남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러 명이 살아남는 게 중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등단제도 바깥의 대안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더 좋은 작품이 독자와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댔다. 또한 이슬아 작가를 언급하며 SNS를 통해서든, 개인 창작집을 내든, 문학의 장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빛나리 작가에게는 등단제도와 문학계 이슈와의 인과관계를 물었다. 오빛나리 작가는 문학 자체가 산업이 된 상황을 지적했다. 문학이 왜 이렇게 피라미드 모양의 구조를 보일 수밖에 없는지 고심하자고 말했다. 문학계가 권력 관계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고발이 힘든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외에도 작가의 책무는 무엇이냐고 묻는 김대현 평론가의 질문에 신철규 시인은 감각의 재배치로 현실체제를 뒤흔드는 게 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중의 모습 [사진 최종일 기자]

이날 포럼의 발표가 끝난 후 관객들은 참석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신자유주의 흐름에서 과연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지, 한국과 외국의 출판 과정을 비교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