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7) / 인간의 말 - 양시연의 ‘손말’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7) / 인간의 말 - 양시연의 ‘손말’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1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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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7) / 인간의 말 - 양시연의 ‘손말’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7) / 인간의 말 - 양시연의 ‘손말’

  손말 

  양시연


  오십 대 중반에도 저렇게 예쁠 수가 있다니!
  그녀가 다녀간 날은 어김없이 비가 왔다
  여태껏 한마디 말도 세상에 못 내뱉어본

  그랬다 농아였다, 선천성 농아였다
  여성상담하는 내게 무얼 자꾸 말하려는데
  도저히 그 말 그 몸짓 알아듣질 못했다

  나는 그날부터 수어(手語) 공부 다녔다
  기어코 그녀의 말, 그 손말을 알아냈다
  그렇게 하늘의 언어 아름답게 말하다니!

  -『문학청춘』 2019년 시조 신인상 당선작 중

 

  <해설>

  우리가 수화라고 흔히 쓰는데, 시인은 ‘손말’이라고 했다.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나는 수화라고 쓰지 않고 손말이라고 쓰고, 양시연 시인이 썼기에 나도 쓴다고 밝힐 것이다. 이 시조의 화자는 여성상담원이다. 찾아온 이는 선천성 농아, 그래서 화자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배우러 다닌 손말 공부, 얼마를 다녔는지 기어코 그 말의 뜻을 알아냈다. 하늘의 언어였다고 한다. 

  말을 한동안 더듬어 고생을 했었다. 말더듬이를 고치는 데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말을 하지 못하는 타인을 위해 스스로 손말 공부를 하러 다녔다는 이 시의 화자가 실존인물이라면 이 시대의 의인이 아니랴. 다른 4편의 당선작도 좋다. 시조여서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짜임새가 뛰어나다. 또한 단 한 개의 글자도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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