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9) / 이모 생각 - 신새별의 ‘우리 이모’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9) / 이모 생각 - 신새별의 ‘우리 이모’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2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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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9) / 이모 생각 - 신새별의 ‘우리 이모’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9) / 이모 생각 - 신새별의 ‘우리 이모’

  우리 이모

  신새별


  우리 이모 컴퓨터 자판에는 손때 대신 늘 침이 묻어 있었다. 우리 이모 입은 손이었다. 입에 문 막대로 톡 탁 톡 탁, 한 글자 두 글자 찍을 때마다 침이 흘렀다. 톡 탁 톡 탁, 자판 덮개에 침이 얼룩졌다. 톡 탁, 톡 탁, 남들은 우리 이모를 수필가라 불렀다. 툭 탁 톡 탁, 수필을 한 편 두 편 세 편…, 톡 탁 톡 탁, 상도 많이 탔다. 톡 탁 톡 탁 톡 탁 탁, 몇 달 걸려 한 편 쓰고, ‘행복해’라고 말했다. 하늘나라 갔어도 톡 탁 톡 탁, 내 귀엔 아직도 톡 탁 톡 탁….

  -『발의 잠』(문학과 문화, 2011)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89) / 이모 생각 - 신새별의 ‘우리 이모’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참 슬픈 동시다. 화자가 어린아이인데 이모가 장애인이었다. 뇌성마비 같은데 수필가였다. 입에 문 막대로 컴퓨터 자판을 톡 탁 톡 탁 두드려 수필을 썼는데 한 편을 쓰는 데 몇 달이 걸렸다. 이모는 그런 상태에서 글을 정말 열심히 썼었고 상도 많이 탔었다. 장애를 원망하는 대신 이렇게라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 하였다. 그런데 그만 하늘나라로 가버렸고, 아이는 여전히 이모가 톡 탁 톡 탁 글 쓰는 모습을 상상하고 소리를 듣는다. 

  동시집에서 이런 작품을 보게 되니 무척 새롭다. 혹자는 이건 시지 동시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화자도 아이이고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전개되므로 분명히 동시다. 동시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려서 더욱 훌륭한 동시라고 생각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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