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1) / 남녀는 평등하다 - 신달자의 ‘애무석’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1) / 남녀는 평등하다 - 신달자의 ‘애무석’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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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1) / 남녀는 평등하다 - 신달자의 ‘애무석’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1) / 남녀는 평등하다 - 신달자의 ‘애무석’

  애무석愛撫石

  신달자
  

  그 남자가 잠들기 전
  쓰으윽 만지고 씁쓸한 웃음 우물거리며
  잠자리에 들던 수석 한 점
  애무습소(愛撫濕笑)
  여자 엉덩이를 꼭 빼닮은
  탱탱하고 미끈미끈한 그 돌
  요즘 나날이 내 차지다
  잠들기 전 내가 쓰으윽
  엉덩이 아래까지 쓸고 내려가면
  그 밑으로 뭔가 팍 잡힐 것 같은
  씁쓸한 착각에 
  빈집에서도 홀로 얼굴 붉히네.

  어느 산이나 강물 속에서
  어느 손에 끌려 억겁의 인연이 되어
  내 집에서 화동(花童)인가 동기(童妓)인가 
  하루 종일
  수건 하나 걸치지 못하고 벗은 엉덩이를 까고 앉은
  저 우주의 심장 한쪽
  일조량이 적은 날 가슴이
  동성애도 불사하고 덥석 엉덩이를 안으니
  아프로디테 칼로퓌게스가 3인조는 어떠냐고 끼어든다
  아뿔싸! 돌이 찌르르 일어선다

  -『열애』 (민음사, 2007)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1) / 남녀는 평등하다 - 신달자의 ‘애무석’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나는 ‘빈집’을 ‘그 남자’가 없는 집으로 이해한다. 화자는 여자 엉덩이를 꼭 빼닮은 수석 한 점을 예전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에 쓰으윽 만지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요즘에는 완전히 내 차지가 되었다고 한다. 잠들기 전에 쓰으윽 엉덩이 아래까지 쓸고 내려가다가 “그 밑으로 뭔가 팍 잡힐 것 같은/ 씁쓸한 착각”에 사로잡히곤 하는데, 뭔가는 아마도 남성기일 터. 그러니까 이 시는 우리나라의 관습으로는 차마 낯부끄러워 말하기 어려운, 여성의 남성에 대한 성적 관심을 적나라하게 고백한 체험담이리라. 수석이 여자 엉덩이를 꼭 빼닮아서 뭔가가 팍 잡히지 않아 아쉬운데, 화자는 그 어떤 행위를 불현듯이 하게 된다. 

  내게는 이 시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농염한 의미로 와 닿는다. 수석이 하나의 생명체로 전환되는 과정도 그렇고, 동성애도 불사하고 덥석 엉덩이를 안는다는 표현도 그렇고, 아름다운 엉덩이를 지닌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칼로퓌게스가 3인조는 어떠냐고 껴드는 상상도 그렇고, 돌이 찌르르 일어선다는 마지막 행도 그렇고……. 흡사 인도 사원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즉, 이 시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인 성욕의 신비함에 대한 고찰이면서 삼라만상의 존재 의의를 그것과 연관시켜보려고 쓴 것이 아닐까. 사실 전국 어디에 가도 있는 남근석과 여근석도 그렇고, 명당자리도 그렇고, 음양의 조화는 만물의 근원이다. 이 시가 저급한 외설이나 저속한 육담으로 빠지지 않고 건강한 에로티시즘으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은 “우주의 심장 한쪽”이라는 시행 덕분이 아닌가 한다. 돌과 인간의 만남이란 기실 무기물과 유기체의 만남이요 무생물과 생명체의 만남이다. 확대 해석하면 영원과 순간의 만남이고 저승과 이승의 만남이기도 하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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