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2) / 솔직함과 진실됨 - 오세영의 ‘울음’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2) / 솔직함과 진실됨 - 오세영의 ‘울음’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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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2) / 솔직함과 진실됨 - 오세영의 ‘울음’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2) / 솔직함과 진실됨 - 오세영의 ‘울음’

  울음

  오세영


  산다는 것은 스스로
  울 줄을 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갓 태어나
  탯줄을 목에 감고 우는 아기,
  빈 나무 끝에 홀로 앉아
  먼 하늘을 향해 우짖는 새,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같이 모두
  울고
  또 울린다.
  삶의 순간은 항상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임으로……
  바람이 우는 것이냐. 전깃줄이 우는 것이냐.
  오늘도 나는 빈 들녘에 홀로 서서
  겨울바람에 울고 있는 전신주를 보았다.
  그들은 절실한 것이다.
  물건도 자신의 운명이 줄에 걸릴 때는
  울 줄을 아는 것이다.

  -『문학청춘』 (2009. 겨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2) / 솔직함과 진실됨 - 오세영의 ‘울음’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게다가 시인이라면 희로애락(喜怒哀樂)과 애오욕(愛惡慾)을 누구보다 잘 표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점잖지 못하다’는 이유로 감정 표현을 잘하는 사람을 비웃는 경향이 있다. 시인이 노년기에 들어 깨달은 것이 있으니, “산다는 것은 스스로/ 울 줄을 안다는 것”이다. 인간은 갓 태어나 탯줄을 목에 감고 울기 시작하고, 유년기를 벗어난 이후 오랫동안 울음을 잊고서, 잃어버리고서 살아간다. 그런데 빈 들녘에 서서 보니 전신주가 겨울바람에 울고 있는 것이다. 저런 사물도 “자신의 운명이 줄에 걸릴 때는/ 울 줄을 아는 것”이거늘 우리는 어떤 일에도 울지 않고 누군가를 울리지도 않은 채 무미건조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빈 나무 끝에 홀로 앉아 먼 하늘을 향해 우짖는 새처럼,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같이 우리는 만나고 헤어질 때 울 줄 알아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게 되었을 때, 울지 않는 사람은 그 사람을 정말 사랑했던 것일까, 생각해보아야 한다. 대체로, 솔직한 것이 진실된 것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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