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5) / 제사도 지내지 말라 - 김연동의 ‘들꽃’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5) / 제사도 지내지 말라 - 김연동의 ‘들꽃’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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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5) / 제사도 지내지 말라 - 김연동의 ‘들꽃’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5) / 제사도 지내지 말라 - 김연동의 ‘들꽃’

  들꽃
  ―이상설 열사

  김연동


  북녘 땅 닫힌 하늘 굵은 바람 부나 보다 
  먼 바다 휘이 돌아 긴 시간을 날아가서
  슬픈 강 유해를 뿌린
  그 마음 짚어 섰다

  이 세상 어디엔들 꽃은 피고 진다지만
  햇살이 퍼질 날만 손을 꼽아 기다리던
  그 들꽃 무수히 피어
  그리움을 키웠겠다

  사람들 발길 끊겨 흔적마저 지워진 곳
  소망도 얼어붙은 이 땅 많이 아팠구나
  이제사 유허비 받든
  하늘 뜻이 시리다
  
  —『시와시학』(2019년 가을호)

 

  <해설>

  고종의 ‘헤이그 밀사’ 3인 중 한 분인 이상설 선생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지사다. 국권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을 때 이상설 선생은 초지일관, 나라를 위해 살다 가신 분이다. 25세 때 문과에 급제하여 27세 때 성균관 교수와 한성사범학교 교관을 역임하였다. 1904년 일제의 황무지 개척권 요구에 결연히 맞서 이를 철회시켰고, 을사늑약 체결에 반대하여 상소투쟁을 펼쳤다. 만주와 노령으로 망명하여 국권회복운동을 전개하다가 1917년 3월 47세를 일기로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돌아가셨다. 광복을 이루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난다며 몸과 유품을 모두 불태우고 그 재도 바다에 날린 후 제사도 지내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래서 이동녕 등은 아무르 강가에 장작을 쌓아놓고 화장하여 그 재를 북해 바다에 날렸다. 이때 선생의 책과 글, 유품도 거두어 불살랐다.

  시인은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서 이 시조를 썼다. 한 사람의 의로운 정신은 들꽃처럼 널리널리 퍼져간다. 선생의 뜻을 기려 세운 유허비(遺墟碑)는 고향인 충북 진천에 1957년에 세워졌고 우수리스크에도 2001년에 세워졌다. 무덤은 없지만 출생지와 작고한 곳에 유허비가 세워진 분은 이상설 의사뿐일 것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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