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6) / 다 불만이야 - 이정록의 ‘투덜투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6) / 다 불만이야 - 이정록의 ‘투덜투덜’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2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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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6) / 다 불만이야 - 이정록의 ‘투덜투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6) / 다 불만이야 - 이정록의 ‘투덜투덜’

  투덜투덜 
  
  이정록 


  참깨가 잘 살다가
  깻묵이 되어 저승에 갔어요.
  그간 어찌 살았느냐?
  참기름처럼 반들반들
  고소하게 살았어요.

  콩이 잘 살다가
  두부가 되어 저승에 갔어요.
  그간 어찌 살았느냐?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알콩달콩 잘 살았어요.

  감이 잘 살다가
  곶감이 되어 저승에 갔어요.
  그간 어찌 살았느냐?
  까치밥이 되려고 겨울을 기다리다 보니
  감쪽같이 지나가데요.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갔어요.
  그간 어찌 살았느냐?
  깻묵처럼 눌렸다가
  두부처럼 으깨졌지요.
  땡감 물고 퉤퉤거리다가
  콩알처럼 뛰어올랐더니
  감쪽같이 저승이네요.

  -『동시발전소』 (2019년 창간호)
  

  <해설>
  
  이 동시는 어른을 위한 동시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도 초등학교 5, 6학년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 다수가 이 시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머러스한 시를 잘 쓰던 이정록 시인이 요즈음 동시를 열심히 쓰고 있는데 이처럼 아주 유머러스하다. 우리나라 설화 중에는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혹은 옥황상제) 앞에 불려가 무어라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것이 많은데 이 동시도 그런 문답법 형식으로 전개한다. 염라대왕은 참깨, 콩, 감에게 차례로 묻는 것인데 표현이 너무나 재미있다. 참깨가 깻묵이 되고 콩이 두부가 되고 감이 곶감이 된다. “땡감 물고 퉤퉤거리다가/ 콩알처럼 뛰어올랐더니/ 감쪽같이 저승이네요”라고 이 동시가 끝난다. 아이에게 이렇게 일찍 죽음의 의미를 가르쳐주는 것이 좋을지는 판단이 안 선다. 우리네 일상적 삶이란 “깻묵처럼 눌렸다가/ 두부처럼” 으깨지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 또한 비관적인 생각이 담겨 다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동시가 이렇듯 날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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