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9) / 사랑에 눈멀면 - 서화성의 ‘나는 공기입니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9) / 사랑에 눈멀면 - 서화성의 ‘나는 공기입니다’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0.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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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9) / 사랑에 눈멀면 - 서화성의 ‘나는 공기입니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9) / 사랑에 눈멀면 - 서화성의 ‘나는 공기입니다’

  나는 공기입니다 
  
  서화성


  당신은 연애를 해본 적이 있나요
  당신은 오른손이 따뜻해요
  당신이 가져간 어제는 괜찮나요
  땡초를 넣고 국수를 말거나
  베개를 얼굴에 묻고 펑펑 울거나 
  목지빠, 묵지빠, 묵지빠
  등을 내어 주세요
  눈물이 촉촉한 빵을 먹은 적이 있나요
  당신은 객관적이거나
  당신은 사색적이거나
  당신의 얼굴이 궁금할까요
  다음에 만날까요
  만날 수가 있을까요
  사실은요, 심장이 덜컥거려요
  사실, 나는요
  나는요, 당신이 궁금했던 어제이고요
  나는요, 당신이 기다린 눈물일 거예요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 (산지니,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99) / 사랑에 눈멀면 - 서화성의 ‘나는 공기입니다’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시가 귀여워서 타이핑을 해보았다. 처음 사랑에 빠진 소년 혹은 소녀의 심정을 대변한 시라고 생각한다. 서화성 시인은 왜 화자로 하여금 자신을 공기라고 부르게 했을까? 공기는 눈에 안 보이지만 우리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고 그 사람의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대방의 허물도 좋게 보이고 나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고 싶다. 장난치며 재미있게 놀다가 헤어지면 금방 다시 보고 싶다. 그리고 연애를 하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조울증 환자 비슷하게 되기도 한다. 잘 토라지기도 하고 질투심에 불타기도 한다. 이런 변화무쌍한 심리상태를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했는지, 신기하다.

  어찌 보면 모든 예술의 원동력은 사랑이 아닌가. 연애감정이 없이 괴테와 지드가 어찌 소설을 썼을까. 바이런과 네루다가 어찌 시를 썼을까. 파블로 파카소와 디아고 리베라가 어찌 그림을 그렸을까. 연애는 누군가를 펑펑 울게 한다. 심장을 덜컥거리게 한다. 객관적인 사람을 사색적이 되게 한다. 정상적인 사람이 비정상적인 사람이 되게 한다. 연애는 비정상적인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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