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1) / 감각과 이미지 - 김후란의 ‘생선 요리’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1) / 감각과 이미지 - 김후란의 ‘생선 요리’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1.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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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1) / 감각과 이미지 - 김후란의 ‘생선 요리’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1) / 감각과 이미지 - 김후란의 ‘생선 요리’

  생선 요리

  김후란
  

  부엌으로 침입한 바다
  도마 위에 바다가 출렁거린다
  햇살에 도전하는 
  갑옷을 벗기고 탁탁 
  토막을 치기까지엔
  진정 얼마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세계는 이미 눈을 감고 있다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칼날을 물고 늘어지는
  하얀 파도

  -『그 섬에 가고 싶다』(시선사,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1) / 감각과 이미지 - 김후란의 ‘생선 요리’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선명한 감각과 강렬한 이미지의 시다. 10행의 시에서 단 한 행도 단 한 글자도 없으면 안 된다. 시에도 구성(플롯)이 필요할진대 이 시는 구성을 완벽하게 짜 빈틈이 없다. 제목을 보고서 당연히 생선 요리를 하는 장면을 연상하게 되는데, “부엌으로 침입한 바다”라는 신선한 표현으로 운을 뗀 시인은 “도마 위에 바다가 출렁거린다”는 역동적인 표현으로 짝을 맞춘다. 주방장이면 또 모르지만 주부라면 “햇살에 도전하는/ 갑옷을 벗기고 탁탁/ 토막을 치는” 데는 얼마간의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생선은 이미 목숨이 끊겼고, 주부는 이 생산을 요리해야 하는데 그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칼날을 물고 늘어지는/ 하얀 파도”라고 생선의 마지막을 묘사하였다. 바다의 생산이 어부에게 잡혀와, 마침내 요리로 둔갑하는 과정을 다루면서 시인은 생선의 고향인 바다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바다의 영상, 바다의 소리, 바다의 색깔. 시의 언어가 영상으로 바뀌는 과정이 바로 시의 감각 표현, 그리고 시의 이미지 표출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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