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7) / 가상현실에서 증강현실로 - 오현정의 ‘증강현실에 들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7) / 가상현실에서 증강현실로 - 오현정의 ‘증강현실에 들다’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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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7) / 가상현실에서 증강현실로 - 오현정의 ‘증강현실에 들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7) / 가상현실에서 증강현실로 - 오현정의 ‘증강현실에 들다’

  증강현실에 들다

  오현정


  뭘 망설여요

  내 안으로 들어오세요

  입구에서 체험 용지를 들고
  거기 그려진 것 중에서 내키는 곳에 맘껏 색칠하세요
  
  이제 스마트폰을 꺼내 나의 엡을 다운받으세요

  색칠한 그림을 촬영하면 3분 만에 당신 마음을 인식하고
  나와 즐거운 게임을 할 수 있어요

  게임 모드 버튼을 동시에 천천히 꾹 누르면
  공중에 떠 있는 별자리 보여요

  다산의 유물도 하늘에 띄우며 우주여행을 할 수 있어요
  박물관은 이제 영원히 살아 있는 당신과 셀카 놀이에 흠뻑 빠졌어요

  -『라데츠키의 팔짱을 끼고』 (책만드는집,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7) / 가상현실에서 증강현실로 - 오현정의 ‘증강현실에 들다’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의 시대에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시인이 파악했기에 이 시를 썼을 것이다. 가상현실은 자기 자신이나 배경과 환경 등을 모두 현실이 아닌 가상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데 반해 증강현실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네비게이션 시스템에서 실제 도로 장면(Reality)에 주행 정보를 추가하여 보여주면 증강현실이 되고, 가상의 지도(Virtual)에 주행 정보를 보여주면 가상현실이 된다. 증강현실이 가상현실보다 더욱더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다. 

  시인은 증강현실이 지금 어느 정도로 발전해 있는가를 보여준다. 체험이나 게임은 물론이고 시의 마지막 연처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훌쩍 뛰어남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인간의 편리 추구가 여기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증강현실이 가져다준 세상에 대해 시인은 긍정하고 있는지 부정하고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작용이 없는지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증강현실이 의인화되어 인간을 유혹하고 있다. 그런데 증강현실 이용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신종질병, 천재지변, 폐기물 처리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지구의 환경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증강현실 군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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