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9) / 장삼이사의 노래 - 박영식의 ‘토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9) / 장삼이사의 노래 - 박영식의 ‘토우’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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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9) / 장삼이사의 노래 - 박영식의 ‘토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9) / 장삼이사의 노래 - 박영식의 ‘토우’

  토우 

  박영식


  니 지금 흙 주물러 뭘 그리 만들아 삿노 
  이건 니 쏙 빼닮은 내 각시 아이가 와 
  눈 삣나 영판 바보같이 내 그리도 못생깃나 

  바보면 어떻고 잘생기면 또 뭐하노 
  니캉 내캉 좋아서 죽고 못 살면 그뿌이제
  뭐라고 우리 아아들 다 바보 만들기가

  니도 봤제 돈 있다꼬 까불랑 대는 걸마들
  올매 못 가 쪽박신세로 오도 가도 못하는
  모르제 참말로 모르제 우리 같은 사랑 헤헤

  -『통영문학상 수상작품집』 (도서출판 답게, 2016)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09) / 장삼이사의 노래 - 박영식의 ‘토우’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왕조시대 때의 일반백성이나 민주공화국 체제하의 서민대중이나 다 ‘억눌림’을 당하면서 억울해했다. 이 시의 화자는 장삼이사(張三李四)라고 해야 할 터인데, 돈도 없고 권력도 없다. 화자는 토우를 만드는 도공과 대화를 하고 있다. 그 대화를 들어보니 너와 나, 즉 우리는 사랑하고 아이 낳고 살아보려고 애를 쓰는데 돈 좀 있다고 까부는 ‘걸마들’ 하는 짓을 보니 영 눈꼴시다. 걸마들은 “올매 못 가 쪽박신세로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 돈 있다고 유세 부리거나 불법을 저지르는 부자들, 권력 있다고 갑질하거나 비리를 자행하는 정치가들이 눈꼴시어 텔레비전 뉴스를 보지 않고 있는데 이 시조를 읽으니 잠시나마 속이 후련해진다. 

  토우는 서민들의 얼굴이었다. 생활상이었다. 다산을 빌고 풍요를 기원했다. 그저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며 살고 싶었는데 그것이 그렇게 어려웠다. 자식 두셋 낳아서 밥 먹이고 공부 시키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시대다. 대학 졸업하고 취직 못해 쩔쩔매고 있으면 취직의 길을 열어주지 않고 돈을 준다. 토우가 찡그리고 있다. 토우가 울먹이고 있다. 엄청 화를 내고 있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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