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작가축제 '작가의 방' 성료, 중앙대학교에서 펼쳐진 류전윈 특강!
서울국제작가축제 '작가의 방' 성료, 중앙대학교에서 펼쳐진 류전윈 특강!
  • 조은별 기자
  • 승인 2019.11.08 19:52
  • 댓글 0
  • 조회수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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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작가의 방’에서 류전윈 작가와 만나다
-“작가란 작은 소리도 경청하고 멀리 볼 줄 아는 사람”… 깊은 울림 남긴 류전윈 특강
김태성 번역가와 류전윈 작가 [ 사진 = 조은별 기자 ]

서울국제작가축제 프로그램 일환으로 편성된 ‘작가의 방’ 행사를 위해 세계 각지의 작가들이 한국 독자들 곁을 찾아왔다. 이번 서울국제작가축제의 테마는 ‘우리를 비추는 천 개의 거울’로 문학과 사람 모두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 각지의 작가와 독자들이 작품을 넘어 직접 서로를 들여다볼 기회로써 마련된 이번 축제는 행사장뿐만 아니라 수도권 소재 대학교, 전국 독립서점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남의 장을 준비했다. 이러한 구성에는 고정된 장소에서 독자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곁을 직접 찾아가기도 하겠다는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취지가 담겨 있다.

지난 10월 8일 진행된 작가의 방의 주인공 ‘류전윈’은 중국에서부터 중앙대학교 대학원 대회의실을 찾아와 특강을 진행했다. 류전윈 특강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와 한국문학번역원의 주관으로 꾸려졌다. 사회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방현석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류전윈 작가의 소설을 다수 번역한 김성태 번역가가 현장 통역에 도움을 주었다.

류전윈은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말 한 마디 때문에”,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등의 소설을 펴낸 중국의 대표 작가다. 중국 사회의 비극적 이면이나 체제 부조리 문제를 풍자적 시각으로 풀어내며 ‘국민작가’라는 수식까지 얻은 그는 이달 초 한국에서 열 번째 소설인 “방관시대의 사람들”을 출간했다.  

평소 다른 나라의 독자들과 만나 소통하는 일을 통해 작가로서의 원동력을 얻는다는 류전윈 작가는 벌써 미국,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에도 번역서를 내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가 만나 교류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다른 국가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작가로서의 저변을 확장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의 학생, 독자들과 만나는 작가의 방 행사가 귀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하며, 네덜란드의 한 독자와 만난 경험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류전윈 작가가 장편 소설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 = 조은별 기자 ]

네덜란드의 독자가 감명 깊게 읽은 작품은 류전윈 작가의 장편소설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였다. 해당 작품에는 20년간 청자 없는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는 여성 ‘리쉐롄’이 등장한다. 그는 중국의 산아 제한 정책으로 인해 뱃속의 둘째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남편에게 위장 이혼을 제안한다. 서류상 이혼 상태가 되면 남편과 자신 각자의 호적에 아이를 둘 수 있으니 일단 둘째를 낳은 후 재결합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리쉐롄의 남편은 위장 이혼 기간 동안 다른 사람과 불륜을 저지르고, 급기야 리쉐롄과의 재결합을 거부한다. 남편의 배신에 분노한 리쉐롄은 그를 고소하기에 이르지만, 과거의 이혼이 진짜가 아닌 위장이었음을 증명하고 자신이 불륜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세상은 리쉐롄의 말을 들어주기는커녕 비웃음거리 삼았고, 말할 곳을 잃어버린 채 외롭게 투쟁하던 리쉐롄은 결국 사람도 아닌 소 한 마리를 붙들고 읍소하며 위안을 찾는다. 

류전윈의 말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독자는 리쉐롄이 소에게서 위로를 얻는 장면을 언급하며 ‘리쉐롄의 말을 듣고 있었던 소는 사실 두 마리였다. 한 마리가 바로 당신, 작가 류전윈이다.’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류전윈 작가는 “독자의 말을 듣고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라며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깊게 탐구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독자의 말대로 나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자, 동시에 다른 독자들의 귀를 빌려올 수 있는 사람이다.”라며 “이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세상의 구석까지 조명하고 포착할 수 있게 하는 문학이 가진 힘”이라고 주장했다.

류전윈 작가 특강 현장 [ 사진 = 조은별 기자 ]

또한 류전윈은 문학이 서로 다른 사람들 간의 이해를 돕고 그들을 연결하는 힘을 가졌다고 말했다. 정치, 종교,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국가 간의 교류가 충돌로 귀결되는 이유를 다름에 대한 몰이해에서 찾은 그는 문학 속에 녹아들어 있는 인류 보편적 정서를 나누는 일이 좋은 교류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류전윈 작가는 “BBC나 CNN 같은 외신 속에는 현실감이 결여되어 있다. 그곳에는 개인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그러나 개인의 층위에서 보면 하루 세끼 밥을 챙겨 먹고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다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문학 속에서 이런 공통의 정서롤 공유하면 서로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류전윈 작가는 그의 작품 속에서 백정, 선교사, 이발사와 같은 다양한 소시민을 조명하며 이들의 시선을 통해 중국 체제와 사회 부조리 문제를 유쾌한 풍자로 풀어나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소시민을 들여다보고 그들을 다루지만, 그들의 시선에만 머물지 않고 더 먼 곳으로 뻗어나갈 줄 알아야 한다는 류전윈 작가의 말은 소설가로서 그의 깊이 있는 고민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평소 어려운 시기가 찾아올 때는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아직 스스로가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 소설은 더 훌륭하게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 매일 노력한다.”라고 밝힌 류전윈 작가는 “인생에 있어 가장 큰 고난은 자신이 이미 성공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일이다.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믿으면 더 발전할 수 없게 된다. 역경과 고난을 친구로서 생각하고 차근차근 극복해나갈 때 비로소 사람은 앞으로 나아간다.”라는 소신을 드러내며 성황리에 강의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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