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 고은, 미투(Me too)로 폭로한 최영미 시인에 ‘손해배상청구’ 항소심 역시 패소! 
‘성추행 논란’ 고은, 미투(Me too)로 폭로한 최영미 시인에 ‘손해배상청구’ 항소심 역시 패소!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11.11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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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고은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DB]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중략)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최영미, ‘괴물’ 중에서.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역고소’는 성범죄를 폭로한 피해자가 흔히 겪는 후폭풍과 같다. 사실 여부와 관련 없이 거듭되는 명예훼손 고소와 연이은 재심으로 고통받는 피해자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 속 사뭇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며 10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요청한 고은이 2심에서도 패소한 것이다.

2017년 9월 ‘황해문화’에 발표된 최영미의 시 ‘괴물’은 당시 한국 문단의 거장으로 불리며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고은의 성추행을 폭로한 시다. 발표 이후 최영미 시인은 ‘미투’ 운동의 대명사와 같이 자리하며 문단 내 만연한 성폭력이 잇따라 고발됐다.

올 여름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낭독회에서의 최영미 시인과 독자들 [사진 = 김지현 기자]
올 여름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낭독회에서의 최영미 시인과 독자들 [사진 = 김지현 기자]

최영미 시인은 고은이 과거 한 술집에서 자위행위를 했다고 밝혔으며, 40대 문인 A씨와 50대 문인 B씨 또한 고은의 술자리 성추행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어지는 폭로와 고발에도 고은은 외신을 통해 자신은 “내 아내나 나 자신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하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논란 후 고은은 한국작가회의를 자진 탈퇴해 징계를 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고은은 작년 여름 최영미, 박진성 등 성추행을 공개적으로 폭로한 시인과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10억 7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같은 해 11월 7일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특별히 허위로 의심할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고은 측이 제시한 반박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영미 시인의 주장대로 ‘고은의 성추행 사실이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후 고은은 항소심을 열어 자신의 성추행 혐의를 부인하는 동시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었으나 지난 8일, 패소했다. 재판부는 과거 고은의 성추행 정황을 기록한 최영미 시인의 일기장을 핵심 증거로 채택하고 “최 시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인정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최영미 시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고소를 하면 건질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줘서 통쾌합니다.”라며 함께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선례를 통해 성추행 피해자가 가해자의 ‘역고소’로 인해 고통받는 일이 줄어들길 염원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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