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밥 딜런’을 찾아서! 노작홍사용문학관 노작문학주간 맞아 개최된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
한국의 ‘밥 딜런’을 찾아서! 노작홍사용문학관 노작문학주간 맞아 개최된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
  • 조은별 기자
  • 승인 2019.11.12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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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위한 시’가 빛나는 자리… ‘시’와 ‘음악’으로 가득한 시詩월의 악장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의 사회를 맡은 노지영 문학평론가 [ 사진 = 조은별 기자 ]

[ 뉴스페이퍼 = 조은별 기자]지난 10월 26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노작홍사용문학관과 노작문학상운영위원회의 주관으로 진행된 2019 노작문학주간이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 공연을 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음유시인 페스티벌은 글과 무대가 어우러진 극작 활동을 통해 문학의 저변 확대에 힘썼던 노작 홍사용의 업적을 기리고, 시와 음악이 만나 새로운 예술로서 자리하기를 기원하는 뜻으로 올해 처음 마련된 행사다.

​노작홍사용문학관 손택수 관장은 “밥 딜런이 ‘귀를 위한 시’를 쓰는 음악가로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듯 시와 가사, 음악은 서로 먼 존재가 아니다.”라며 “한국에서도 ‘음유시인’들의 자리가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음유시인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러한 자리들을 통해 한국의 밥 딜런이 탄생하고 알려지기를 바란다.”라는 기대를 밝혔다.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에는 현직 시인 세 명과 싱어송라이터 두 명이 참여했다. 사회를 맡은 노지영 문학평론가는 “이제 끝나가는 시 월 한 달이 시의 잔치로 가득한 시詩월로 장식되기를 바란다.”라며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을 시작했다.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에 참여한 김산 시인 [ 사진 = 조은별 기자 ]

음유시인 페스티벌의 첫 번째 무대는 김산 시인이 이끌었다. 2007년 제9회 시인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학 활동을 시작한 김산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시와 노래는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를 짓고 운율을 붙여 노래로 부르는 작업은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앞으로 다른 작가들과도 문학판만이 아닌 다른 여러 곳에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김산 시인은 공연을 여는 곡으로 자작곡인 ‘너의 손을’을 준비했다. “소주잔을 들이부어도 씻기지 않는 사람, 너무 멀어 손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안아주고 싶어요, 그때 그대로. 두 손 꼭 잡고 싶어요, 너의 손을”이라며 이제 더 부를 수 없는 이를 기억하며 닿지 않는 슬픈 위로를 전하는 노래로, 시인 자신의 친구에게 바치는 추모곡이다. 오랫동안 만났던 친구가 몇 해 전 먼저 하늘로 떠난 후 ‘너의 손을’을 쓰게 되었다는 김산 시인은 “먼 곳으로 잘 떠났는지, 이 곡을 쓴 후부터는 친구가 꿈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라며 쓸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어진 노래 ‘나무들’은 나무를 좋아하는 친구를 생각하며 작사ㆍ작곡한 노래다. “하늘만 바라보는 나무, 빈 가슴 찢어지는 나무,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 잔뿌리 움켜쥔 나무”라는 가사의 나열을 통해 고독의 정서를 상징화해내는 이 노래는 “그러나 난 너에게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아.”라며 그저 홀로 선 채 올곧게 자라나는 나무에 시인 자신과 친구의 모습을 투영해 두 사람의 돈독한 관계성을 엿보게 한다.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 현장에서 공연 중인 강정 시인 [ 사진 = 조은별 기자 ]

두 번째 무대의 주인공은 1992년 현대시선을 통해 시작 활동을 시작한 강정 시인이었다. ‘귀신’, ‘처형극장’, ‘그리고 나는 눈먼 자가 되었다’ 등 다수의 시집을 펴낸 그는 ‘강정의 나쁜 취향’과 ‘시인의 사물들’ 등에 산문을 실으며 열띤 문학 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침소밴드’의 보컬로 활약하며 음악 분야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강정 시인은 우리 문단의 대표적 음유시인으로서, 현장에서는 자작곡 ‘들어가도 되겠니’와 ‘나비의 눈’을 선보였다.

​‘들어가도 되겠니’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을 욕망하는 마음을 그려낸 곡으로, 강정 시인은 “어딘가에 들어가고 싶을 때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말로 제지당하는 순간들이 있다.”라며 넘어갈 수 없는 경계 밖의 마음을 담아 이 노래를 썼다고 밝혔다. “너의 품으로, 너의 아름다운 눈 속으로 다시, 다시 들어가고 싶어요”라고 외치는 노래 속 화자는 그러나 닫힌 ‘문’을 열지 못한 채 처절한 울음으로 “너의 어두운, 너의 상처 입은 비밀들” 바깥으로 추방되어 서성인다.

​꿈속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나비의 눈”을 찾아 헤매며 희망의 몰락을 시사하는 노래 ‘나비의 눈’은 오 년 전, 강정 시인이 ‘세월호 사건’을 생각하며 창작한 곡이다. “그때 대한민국에 제정신인 사람이 별로 없었을 것 같다.”라며 시대적 비극을 상기시킨 그는 “개인적으로도 슬프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당시 눈을 감으면 어떤 소리가 들리고는 했는데, 내면에서 들리던 노랫소리를 옮겨적듯이 만든 곡이다.”라며 노래를 시작했다. 단조로 구성된 음울한 가락 속에서 읊조리듯 이어지는 노랫말들은 ‘가려진 태양의 신세’를 비관하고 “사람의 눈물은 흔하고 차가워 믿지 않아.”라며 단절과 불신이 팽배한 인간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다. 비극과 아픔이 시어를 넘어 절규와도 같은 사운드로 형상화될 때, 우리는 ‘듣는 시’로서 음악에 주목할 수 있었다.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 현장에서 연주 중인 황강록 시인 [ 사진 = 조은별 기자 ]

2000년대 현대시를 통해 문단에 데뷔해 시집 “지옥에서 뛰어놀다”와 “벤야민 스쿨”을 펴낸 황강록 시인은 음악과 극 분야에서도 뼈가 굵은 이른바 만능 엔터테이너다. 황강록 시인은 KBS 교양제작국 전속 작곡가를 거쳐 영화,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서 활동하는 한편 200여 편의 극음악을 작곡하는 동시에 공연 연출가로서 역시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시를 쓰면서 신극 활동을 이끌기도 했던 노작 홍사용의 에너지로 가득 찬 작가”라는 수식으로 소개된 황강록 시인은 “그대 곁에, 시”와 “첨탑의 끝”으로 무대를 장식했다.

​‘그대 곁에, 시’는 박노정 시인의 작품인 ‘시’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해당 시 전문이 가사 속에 그대로 실려 있다. 노래 속에서 “서럽고 아프도록 황홀한 시”는 “모두가 이겨라, 이겨라,고 부추길 때 / 내게 지라고 가르”치는 유일한 존재로서 인생의 참된 조언자이자 진리의 표상이다. 또한 “가장 낮은 몸짓으로 / 말씀의 절집에 / 홀로 들라 하시네”라는 구절은 시의 한자 표기인 詩를 言(말씀 언)과 寺(절 사)자로 파자해 분석한 것으로, 창작을 할 때마다 시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반복하는 시인으로서의 태도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팔십 년 오 월의 적막한 거리” 위에서 마주한 “봄의 끝”자락에서 부르는 노래 ‘첨탑의 끝은 비극적인 시대상 앞에 놓인 화자의 절규로 가득하다. “아무도 서로의 지나간 진실을 보지 않는 풍경”으로 대변되는 무관심과 몰이해 속에서 사람들은 “웃으며 서로를 살해하고”, “잊혀진 날들은 돌아오지 않”고 쌓여 화자를 절망 속으로 내몬다. “지금 사회는 길고 어두운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라며 창작 경위를 밝힌 황강록 시인은 “난 자유로웠어, 난 자유롭지 않았어, 이 첨탑의 끝에 이렇게 서 있을 뿐”이라는 혼란과 절박을 서글픈 사운드 속에 녹여냈다.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손지연 가수 [ 사진 = 조은별 기자 ]

다섯 개의 정규 앨범과 “은밀한 이야기” 등의 싱글을 발매한 가수 손지연의 음악 세계는 “메아리 우체부 삼아 내게 편지 한 통을”, “새를 만지려 하니 나비가 날아와 코를 만지고 달아난다”라는 앨범 표제에도 나타나듯 문학적 비유로 가득 차 있다.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캐럴 킹의 ‘will you love me tomorrow’와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를 준비했다는 가수 손지연은 연이은 마지막 곡으로 자신의 5집 앨범 수록곡인 ‘아침엔’을 선곡해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다.

​“아침엔 울릉도로 가련다. 못 일어나면 내일 가련다.”라는 말로 열리는 노래 ‘아침엔’ 속 화자는 “햇살이 너무 좋아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어느 날, “혼자라 몹시 외로워” “망해 가는 기분”을 느끼면서도 “옳고 그름도 없고 갈등뿐이란 쓸쓸한 이야기를 다 알면서 살아”가는 굳센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봄이 오고 꽃이 피고 모든 게 시작될 때 우린 또 따로 흩어졌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외로워 마, 긴장하지 마”라고 노래하는 화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삶을 대할 용기를 북돋고 위안을 건넨다. 이어 자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비틀비틀 올라갔다가 저절로 미끄러져 내려온 이곳에 누워 먼 길 떠나는 저 아홉 번째 구름에 입맛 다”신다는 그의 가사는 우리에게 음악을 읽는 시도를 꿈꾸게 한다.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이상은 가수 [ 사진 = 조은별 기자 ]

마지막 무대의 영광은 ‘담다디’를 통해 데뷔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던 가수 이상은이 차지했다. 올해로 가수 활동 31년 차를 맞은 그는 3집 앨범부터 작곡ㆍ작사를 겸하며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하는 한편, ‘삶은…여행’, ‘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 등의 여행 산문집을 펴내기도 했다. 서정적이고 문학적인 가사들을 통해 음악계의 ‘보헤미안’이라는 칭호를 얻은 가수 이상은은 15개의 정규 앨범과 다수의 싱글 및 미니 앨범, OST 앨범 등을 발매하며 꾸준한 음악적 여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처음으로 부른 노래 ‘새’는 6집 앨범 공무도하가의 수록곡이다. 새의 눈을 빌려 “성냥갑처럼 조그”만 세상을 관조하고 “날아오를 하늘”에 대한 동경을 그려내는 이 노래는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희박해져 가는 자아와 서로에게 무관심한 분절적 인간 군상을 자조하는 형식으로 짜여 있다. 자유로운 날개로 하늘을 가르는 새에게 “너는 알고 있지 구름의 숲, 우린 보지 않는 노을의 냄새, 바다 건너 피는 꽃의 이름, 옛 방랑자의 노래까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화자는 자신이 서 있는 “좁고 우스운 땅”에는 더 이상 “네 작은 날개를 쉬게 할 곳은 없어”라며 세상을 비관하는 한편, “가장 아름다운 하늘 속 멋진 구름을 타는 너는 눈부시게 높았고, 그것만이 너다워”라고 노래하며 여전히 자유와 희망을 꿈꾸는 자신을 투영해낸다.

​민요 뱃노래에 등장하는 구령을 차용해 제작한 ‘어기여 디어라’는 7집 앨범 외롭고 웃긴 가게에 수록되었다. “네 등은 붉은 흙 같구나, 씨앗을 뿌려볼까”와 같은 시적 표현이 돋보이는 곡 ‘어기여 디어라’는 소상한 일상의 장면을 통해 생의 순환 과정을 포착하고, 배를 거두기 위해 노를 젓는 장면으로 삶의 여정을 형상화해낸 노래다. “해는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는 일상적 풍경 속에서 발견되는 ‘하늘에 닿는 물길’과 ‘서로에게 닿는 마음’은 우리로 하여금 “서로 다른 몸으로 나서 다른 숨을 쉴지라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로서 타자와의 경계를 허물게 하고, 보다 따스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과거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가수’보다는 ‘들려주는 가인’이 되고 싶다고 밝힌 이상은은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 가사를 짓고, 이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들려주는’ 행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인분들과 함께 무대를 꾸리는 것이 처음이라 다소 어색하기도 하지만, 문학과 음악을 한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음유시인 페스티벌은 새롭고 뜻깊은 자리인 것 같다.”라는 소감을 밝힌 그는 5집 수록곡 ‘언젠가는’을 관객들과 함께 부르며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했다.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 현장 [ 사진 = 조은별 기자 ]

행사를 주관한 노작홍사용문학관 측은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라는 마지막 무대의 가사처럼 두 번째 음유시인 페스티벌과 2020 노작문학주간을 통한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은 19일부터 시작한 ‘2019 노작문학제’의 마지막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김애란 작가와 함께하는 특강 ‘소설의 자리’, 문정희ㆍ나희덕 시인이 이끈 산책 및 감상 프로그램 ‘함께 걷는 시 숲길’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꾸려진 2019 노작문학주간은 화성시와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주최했으며, 동탄1동 주민자치위원회의 협력을 받았다.

​현장에서 이어진 공연을 통해 우리는 텍스트와 선율의 조화로서 음악을 새롭게 읽어볼 수 있었다. 음악을 만난 시는 기표를 넘어 보다 직접적인 감정의 진폭을 드러냈고, 시를 만난 음악은 내용적 성취를 통해 청중의 귀와 마음에 새겨졌다. 보는 시가 아닌 듣는 시의 가능성을 여는 제1회 음유시인 페스티벌은 시월 한 철을 문학으로 짙게 물들이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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