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과학 시대 ‘진정한 인간의 삶’을 위한 문학은 무엇인가? 문학의 집 서울, 서울문학인대회 제14회 심포지엄 성료
첨단 과학 시대 ‘진정한 인간의 삶’을 위한 문학은 무엇인가? 문학의 집 서울, 서울문학인대회 제14회 심포지엄 성료
  • 조은별 기자
  • 승인 2019.11.1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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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집ㆍ서울에 모여 살펴본 “미래의 사회 변화와 문학의 방향성”
-문학의 집ㆍ서울 김후란 이사장, “인간적 행복을 위해 문학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서울문학인대회 심포지엄 현장에서 종합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 사진 = 조은별 기자 ]

[ 뉴스페이퍼 = 조은별 기자 ]지난 10월 25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문학의 집ㆍ서울’ 중앙홀에서 서울문학인대회 제14회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미래의 사회 변화와 문학의 방향성”을 주제로 마련된 이 자리는 문학의 집ㆍ 서울 주최 하에 진행되었으며, 서울특별시와 유한킴벌리가 후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국과학창의재단 최연구 과학문화협력단장과 오연경 평론가, 유한근 평론가가 참석해 기술 발전 시대의 문학과 예술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문학인대회 제14회 심포지엄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시기, 기술 발전에 따라 변화할 미래 사회를 조망하고 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새로운 방향을 탐구하기 위해 선정되었다. 현장에 모인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창작하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예술의 개념과 가치에 대한 고민 및 문학인으로서 기술 사회를 바라보는 입장을 나누며 논의를 이끌어나갔다. 최연구 과학문화협력단장은 “기술은 과학적 지식만으로 발전될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고민을 통해 인간을 위한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라며 이날 심포지엄의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문학의 집ㆍ서울 김후란 이사장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해나가는 단계에 이르렀으나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로봇은 영혼 없는 첨단으로서 아직까지는 인간의 상호조력자에 불과하다는 한 과학자의 말이었다.”라는 말로 개회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이미 미술, 음악, 문학과 같은 예술 분야로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힌 그는 예술가로서 시야를 넓히고, 인간 생활에 윤택함을 더해주는 사색의 세계로서 문학의 효용성과 가치에 대해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심포지엄의 막을 열었다.

서울문학인대회 심포지엄 현장에서 발표 중인 과학창의재단 최연구 과학문화협력단장 [ 사진 = 조은별 기자 ]

기조 발제를 맡은 최연구 과학문화협력단장은 ‘인공지능의 확장과 인문학의 윤리’라는 발제문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 발달을 조명하고, 과학이 발전할수록 우리 사회에 있어 인문학의 필요성이 대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상이야말로 인간의 독자적인 능력이라고 말하며, “인간은 결핍과 욕망에 기초해 초월과 극복, 확장을 꾀하는 존재다.”라고 정의했다. 인공지능 역시 인간 지적 영역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개발된 인간의 산물이라고 밝힌 최연구 발제자는 “그러나 인간을 돕는 방식으로 기술을 작용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발제문에 따르면 유럽 등 선진국은 중요한 연구 개발에 앞서 필수적으로 ELSI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ELSI란 Ethical, Legal, Social, Implications의 줄임말로, 과학 연구나 기술 개발이 초래할 윤리적, 법적, 사회적 영향을 사전에 가늠하기 위해 만들어진 평가 제도다. 최연구 발제자는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한국에 역시 기술영향평가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인지도와 참여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라는 말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발표를 통해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반드시 인간으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래예측의 결론은 어떤 기술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이다가 아니라, 그래서 사회와 인간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로 흘러가야 한다.”라는 말로 인문학적 관심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최연구 발제자의 지정 토론자인 이상문 소설가는 인공지능이 인간 우위에 서는 시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간 정체성의 위기를 시사하는 것 같다.”라며 최연구 발제자에게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이 ‘신의 영역’을 넘보거나 침해하는 역사였는데, 지금은 인공지능이 이를 계승하고 있다. 결국 인간은 이미 신의 영역에 일부 도달했고, 우리가 그래왔듯 인공지능에게 침해당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더했다.

​이에 최연구 발제자는 입력된 데이터를 분석, 연산하여 산출하는 ‘약 인공지능’과 자발적 판단 능력과 자유 의지를 가진 ‘강 인공지능’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 시대가 왔다고 이야기 하지만, 이는 ‘약 인공지능’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은 시기상조인 우려라고 생각되지만, 한영옥 시인의 말처럼 강 인공지능의 출현은 인류의 정체성을 위협하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는 한편, “때문에 과학 기술 연구에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최연구 발제자는 이어 “인간과 기계의 역할은 제로섬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기술 혁신 시대는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대신, 오히려 문화예술 등의 분야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과학자가 직업으로서 인정받은 것은 1666년 ‘아카데미데시앙스’가 등장하면서부터다.”라며 “발전하고 성장하는 존재로서,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영역을 찾고 확장시킬 것이다.”라는 말로 미래 사회를 낙관했다. 최연구 발제자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듯 인간은 인공지능을 창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은 신이 되지 못한 것처럼, 인공지능은 결코 인간이 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질의에 대한 답을 마무리 지었다.

서울문학인대회 심포지엄 현장에서 발표 중인 오연경 문학평론가 [ 사진 = 조은별 기자 ]

오연경 평론가는 ‘글 쓰는 기계의 존재론’이라는 발제문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 전환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그의 이야기는 ‘뺄셈의 공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오연경 발제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의 총량에서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 혹은 할 수 있으리라 예상되는 것의 총량을 빼면 반드시 무언가가 남는다.’라는 사고가 뺄셈의 공식이라며, 현재 사회는 인간의 감정, 자유의지, 윤리의식, 자의식을 인간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의 뇌 과학은 결코 기계로 환원될 수 없는 정신의 영역이라고 믿어 왔던 윤리, 양심, 인격조차 뉴런들의 화학작용에 의한 뇌의 정보처리 기능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라며 “이미 인공지능의 창발적 속성을 확인한 지금,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연경 발제자는 먼저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예술작품’으로서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화두로 삼았다. 이때 주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점은 인공지능이 창작물을 생산하며 그의 고유한 경험에 기반하여 의식의 주체화 과정을 거쳤는가에 대한 사실 확인이다. 오연경 발제자는 인간의 사유 과정 역시 프로세스의 일환에 가깝다는 것이 밝혀진 지금, 입력된 데이터를 재구성하여 출력 가능한 현대의 인공지능의 창작 과정을 단순 연산에 의한 산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하며 “결국 창작하는 인공지능은 창작의 개념을 혁명적으로 바꾸어놓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연경 발제자의 말에 따르면, 창작물은 그 자체로서 예술인 것이 아니라 감상하고 향유하는 소비자의 판단에 의해 예술적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즉 창작자의 의도보다는 의미화와 가치 평가가 예술의 판단 근거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오연경 발제자는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자발적 욕망 하에 소비하고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다.”라며 따라서 새로운 시대에 맞춘 창작의 재개념화가 필요한 시기임을 시사했다. 그는 “사진의 출현이 회화의 사멸로 이어지지 않았듯, 창작과 수용, 쓰기와 읽기라는 협업 프로세스가 예술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타자와 함께 새로운 혁명적 가능성 앞에 놓여 있는 상태다.”라며 이제까지 대결 구도로 그려져 왔던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지정 토론자인 이승하 시인은 오연경 발제자에게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을 평가할 때, 인간은 과연 프로그램의 창조성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단지 기술만 들어간 것이 아니고, 인간의 미묘한 감성과 생각이 투영된 것이 예술이고 문학이며 시라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밝히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예술에 근접하는 날이 온다면, 우리 미래는 과연 인공지능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며 논의를 이끌었다.

​오연경 발제자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인간은 늘 위협을 느꼈지만, 이에 패배한 적은 없다.”라며 “기술은 인간의 변혁을 추동하는 원동력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창작물을 향유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서 예술의 의미와 가치가 확장된다고 생각하면, 저자가 누구인가와 저작물의 기원에 무엇이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며 인공지능의 예술 활동을 긍정했다. 이어 오연경 발제자는 “인간은 인공지능을 통해 사고와 철학을 확장하고 발전하게 될 것이다.”라며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과 기계의 예술 협업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문학인대회 심포지엄 현장에서 발표 중인 유한근 문학평론가 [ 사진 = 조은별 기자 ]

마지막 발제는 ‘인공지능(AI)과 문학의 학제간 연구 가능 지평 – 인공지능 소설을 중심으로’를 준비한 유한근 평론가가 진행했다. 유한근 발제자는 “문학에 있어서 인공지능 담론은 근본적으로 어떻게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할 것인가”에 주안점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SF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한 인공지능 창작 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창작 프로젝트의 현 위치를 진단했다. 그의 발제문에 따르면 현대의 소설 창작 AI는 아직까지 플롯이나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태로, 인간이 입력한 서사와 인물 설정에 따라 적절한 문장을 제공해주는 것이 한계다. 유한근 발제자는 “인간의 본성이란 인간의 삶의 윤리와 철학적 사고, 감성적 인식이 뒷받침된 것이다.”라고 말하며 인공지능 기술은 작가의 창작 편의에 기여하는 도구로써 이용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인간의 예술 영역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은 예술의 객체가 될 수는 있지만, 주체는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견해를 피력하며 발표를 마쳤다.

​한영옥 시인은 유한근 발제자의 발표를 통해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 이론을 연상했다. 인공지능 글쓰기 발전을 보며 롤랑 바르트가 선언한 ‘저자의 죽음’을 실감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한 그는 “롤랑 바르트는 인간이 창작자로서 완벽한 텍스트 주체가 될 수 없음을 시사하며 ‘저자’가 아닌 ‘글 쓰는 주체’로서의 작가를 주창했다.”라는 말로 질의를 열었다. 한영옥 시인은 이어 “현재 인공지능 역시 ‘글 쓰는 주체’의 위치에서 텍스트 재배열이 가능한 위치에 와 있는 것 같은데, 유한근 발제자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라고 말하며 “또한 철학적 사고가 불가능한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라도 학습된 서사를 재구성하는 능력이 발달된다면, 이야기가 중요한 ‘그래픽 소설’ 같은 장르에 있어서는 좋은 평가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유한근 발제자는 “롤랑 바르트의 이론과 인공지능 글쓰기의 관계성은 정말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 같다.”라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는 롤랑 바르트의 이론이 쓰기 중심의 문학에서 읽기 중심의 문학을 이끌어냈다고 해석하며 창작하는 인공지능의 발달 역시 그와 긴밀히 연결된 지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유한근 발제자는 “롤랑 바르트가 문학을 텍스트로 전환시킨 것처럼, 이와 관련지어 인공지능 글쓰기에 접근하면 새로운 담론과 논의 생성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토론자의 깊이 있는 발제 해석과 질의 덕분에 새로운 연구 지평 기회가 생긴 것 같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05년, 문학의 집ㆍ서울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처음 개최된 서울문학인대회는 본 회차로 벌써 14회를 맞이했다. 해마다 심포지엄을 앞두고 주제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김후란 이사장은 “변혁의 시대, 우리 문인들 역시 과학 기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라며 제14회 심포지엄 주제 선정 경위를 밝혔다. 김후란 이사장의 “예술을 사랑하는 이로서, 오늘 이 자리에서 나눈 논의가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시대와 함께 나아가게 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라는 인사로 시작된 서울문학인대회 제14회 심포지엄은 기술 발전 시대, 사유의 주체로서 인간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