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16) /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 홍성란의 ‘나무의 마음’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16) /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 홍성란의 ‘나무의 마음’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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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16) /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 홍성란의 ‘나무의 마음’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16) /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 홍성란의 ‘나무의 마음’ 

 

  나무의 마음 

  홍성란  

  매일을 걸어도 양재천이 좋은 것은
  무심히 그저 나를 바라만 보기 때문이다
  나무가 나를 바라보듯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떤 옷을 입어도 어떤 신을 신어도
  무슨 짓을 해도 그저 무심히 바라보는
  나무가 나를 바라보듯 바라볼 수 있다면

  —『PEN문학』 (2019 9ㆍ10월호)

 

  <해설>

  내용이 아주 쉽고 단순한 듯하다.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는 깔끔한 시조다. 간섭하지 않고 바라보아 주는 존재가 복잡다단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는 필요한데 나무가 바로 그렇다. 인간은 꽃을 꺾어다 팔고 나무를 분재하고 가로수 가지치기를 심하게 하는 등 나무에게 온갖 못된 짓을 서슴없이 한다. 그런데 나무는 인간에게 산소를 주고 과실을 주고 생활도구를 주고 마루를 준다. 

  양재천도 그렇고 양재천변의 나무도 그렇고 산보하는 한 인간을 그저 무심히 바라본다. 나무가 나를 그렇게 무심히 바라보듯이 나도 사물이나 어떤 대상을, 타인을 그렇게 바라볼 수 있다면 성인이 될 것이다. 해탈할 것이다. 

  세속세계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면서 남을 탓하고 욕하는 것이 습관이 된 우리에게 이 시조는 단순한 듯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나무가 훌륭한 스승임을 간파한 시인의 혜안에 고개를 숙인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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