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17) / 버스기사 아저씨 - 김은영의 ‘작은아버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17) / 버스기사 아저씨 - 김은영의 ‘작은아버지’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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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17) / 버스기사 아저씨 - 김은영의 ‘작은아버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17) / 버스기사 아저씨 - 김은영의 ‘작은아버지’

 

  작은아버지 

  김은영

  버스를 타면
  작은아버지 
  생각이 난다

  지친 몸으로
  밤늦게 돌아와
  허리 밟아 달랜다

  뒤에 앉아 있기도 
  지루하고 힘든데
  진종일 다리도 못 펴고
  이리저리 고개 돌려 살피며
  운전대만 돌리다 보면
  졸리지도 않을까

  먼 길
  버스를 타면
  작은아버지
  생각이 난다

  —『빼앗긴 이름 한 글자』  (창비, 2004, 초판 14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17) / 버스기사 아저씨 - 김은영의 ‘작은아버지’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아침 일찍, 혹은 밤늦게 버스를 타면 이런 대중교통 수단이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고맙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첫차는 깜깜할 때 타게 마련인데 기사는 더 일찍 일어나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배가 출출한데 집에는 먹을 것이 없을 때, 24시간 편의점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일요일인데도 의사 선생님이 나를 치료해준다. 우리는 사실 누군가의 노동 덕분에 이 세상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사는 것이지 내가 잘나서 살아가는 게 아니다. 

  이 시의 화자인 아이는 작은아버지가 버스기사여서 버스를 타면 작은아버지 생각이 난다. 작은아버지는 지친 몸으로 밤늦게 집에 와서 어린 조카에게 허리를 밟아 달라고 한다. 근육이 완전히 굳어버려 풀어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를 전국의 버스기사 분들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장거리 고속버스거나 시내버스거나 다섯 시간은 족히 한 자리에 앉아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을 해야 하니, 이런 직업병이 생기는 것이다. 버스를 탈 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곤 하는데 사람이 많지 않으면 내릴 때도 “고맙습니다!” 인사를 해야겠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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