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준비모임! 독립서점, 작가, 출판업계종사자 등 목소리 나눠
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준비모임! 독립서점, 작가, 출판업계종사자 등 목소리 나눠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11.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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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및 웹소설에 ISBN 코드를 부여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배재광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배재광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10월 중순부터 시작된 ‘도서정가제의 폐지’ 청원이 한 달 새 약 20만 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 화제가 됐다. 최근 기존의 도서정가제를 강화한 ‘완전도서정가제’의 도입 소식이 들리며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물론, 도서 구매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지난 10월 30일, 코엑스 2층 스타트업브랜치에서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작가와 독자, 도서판매 및 유통업자, 언론인을 비롯해 독립서점 운영자 등 도서출판업계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이 함께했다.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도서정가제는 정부가 도서의 가격을 강제하는 제도로 서점에서 출판사가 정한 가격보다 저렴하게 팔 수 없도록 제한한다. 2003년 2월 시행된 해당 제도는 2014년 11월 모든 도서의 할인을 10%로, 간접 할인은 5%까지 제한토록 개정됐다.
 
최근 언급되는 완전도서정가제란 기존 최대 15%까지 가능했던 할인율 및 ‘경제상의 이익’을 5% 이내로 제한하며 웹소설과 웹툰 등 전자책에도 선택적인 제도 적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등 더욱 엄격한 도서정가제를 목표로 한다. 국가 차원에서 도서의 유통 가격을 제한하게 되는 해당 법안의 재개정은 도서출판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찬반 논의가 활발하다.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배재광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배재광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준비모임’의 배재광 회장은 “도서정가제, 10가지 쟁점과 법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준비한 열 가지 항목에 따라 차근차근 도서정가제의 과거와 현재, 완전도서정가제의 모순을 짚어나갔다.

과거 도서정가제 도입 당시에는 인터넷서점의 출현과 성장과 동시에 지역 서점의 감소와 대응, 즉 양측간의 플랫폼 경쟁이 주요 화두였다. 현재의 도서정가제는 웹콘텐츠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4세대서점의 출현에 따른 종이출판사들의 위축과 대응 사이의 문제다.

배재광 대표는 “생태계의 구성요소에는 편의성, 가격경쟁력, 안정성, 사용자 경험 등이 큰 비중을 자치한다. 도서정가제는 이러한 생태계 구성요소를 무시하는 제도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5년간 ‘누가 수혜를 입었는지’에 발표를 이어갔다.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배재광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배재광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개정 도서정가제의 도입 초기 제시된 효과로는 신진작가의 기회 확대(출판사와 작가 발굴 강화), 소비자의 양서선택 기회(도서가격 인하로 인한 시장 확대), 중소출판사 경영개선(공급률 증대 등), 지역 서점 수익 증대 등(가격 차별화 축소로 소비자 선택)이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초기 목표는 모두 실패하고 상위 20% 이내의 대형출판사와 12% 정도의 온·오프라인 서점이 실질적 이득을 봤다.”는 게 배재광 대표의 분석이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개정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단행본 시장은 약 17% 정도 위축됐으며 가구당 월평균 도서비지출 역시 44%가량 감소했다. 배재광 대표는 “베스트셀러, 유명작가 위주의 출판을 통한 고가격 전략 유지와 신진작가 및 도전적 출판의 위축으로 인한 시장의 독점성 강화”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대형출판사에서 판매하는 유명 작품 또는 스타작가의 출간물은 비싼 가격으로 책정해도 판매와 수요 과정을 유지할 수 있는 데 반해, 알려지지 않은 작가나 출판물의 경우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아 소비가 줄어드는 동시에 새로운 매체가 나타나기 힘든 도서생태계 환경이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그렇다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완전도서정가제는 과연 도서출판 시장 확장에 기여할 수 있을까? ‘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준비모임’ 측의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이다. 

배재광 대표는 “완전도서정가제로 인한 가격 상승은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한 도서소비자의 구매 회피 경향으로 이어져 출판업계에 위험을 야기하며 도서 다양성 확보와 신진작가 등용 등 도전적 시장의 구축을 저해할 것”으로 예상했다. 완전도서정가제로의 변경은 대다수 국민인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물론 도서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배재광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배재광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완전도서정가제가 지역 서점을 회생시킬 거라는 일부 주장 또한 반박했다. 배재광 대표는 “지역 서점의 위기는 할인가와 균일가의 문제가 아닌 온라인 및 모바일 거래의 발달로 인한 도서소비자들의 경험과 혁신의 문제”라며 “각 서점 및 지역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혁신을 제안해야 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파했다. 

나아가 개정 도서정가제와 완전도서정가제 적용은 종이책 출판과 웹콘텐츠 생성의 차이점을 간과해 웹소설과 웹툰으로 대표되는 웹콘텐츠 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일례로 웹소설과 웹툰 등에 ISBN 코드를 발급하고 간행물로 표기해 도서정가제의 틀 안에 가두려는 시도는 웹콘텐츠만의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배재광 대표는 “웹콘텐츠에 걸맞은 규제가 필요하다.”라며 종이책 출판과는 다른 별도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배재광 대표가 주장하는 ‘도서정가제, 간행물, 웹콘텐츠 등 규제 원칙’은 다음과 같다. 우선 ‘출판’ 여부에 따라 규제를 달리한다. 출판물 안에서도 종이책 출판과 전자책 출판을 구분하여 규제한다. 각 매체 간 크고 작은 차이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더불어 ISBN 코드 부여 및 ‘간행물’ 결정 여부는 국가가 아닌 저작권자의 선택에 따른다. 
 
또한, 게임, 음원, 영화 등의 콘텐츠와 구분하여 웹콘텐츠 관련 규제체계를 입법한다. 배재광 대표는 “이는 출판 또는 도서정가제와 전혀 다른 문제며 웹콘텐츠 자체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간(12개월 혹은 18개월)에 대해 도서정가제 예외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재정가 시 방법을 달리하여 별도로 규정하자는 내용이다. 중고책 판매의 경우 ‘정가제 예외’ 규정을 두되 저작권자(출판사)에게 저작권료 배분을 명시한다. 상기 내용은 배재광 대표가 발표 말미 정리한 도서정가제 개정 방향이다.

구미에서 삼일문고를 운영하는 김기중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구미에서 삼일문고를 운영하는 김기중 대표 [사진 = 김보관 기자]

이후 자유 토론에서는 지역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사람, 작가, 출판업계종사자, 언론인 등 다양한 인원들이 목소리를 나눴다. 구미에서 삼일문고를 운영하는 김기중 대표는 “도서정가제와 더불어 도서 공급률에 관한 이야기를 진행해야 한다.”라며 “대형 서점과 중소서점의 공급률 차이가 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고 전했다.

삼일문고 대표는 공급률을 통일시간 일본을 예시로 들며 “한국은 도서 공급률 60% 이상을 대형 서점이 가져간다. 대형 서점은 매대 광고, 배너 광고 등을 통해 연 50억 정도의 광고비를 집행한다.”라며 공급률의 불공정성을 이야기했다. 

토론에 참여한 도서출판업계 관계자 [사진 = 김보관 기자]
토론에 참여한 도서출판업계 관계자 [사진 = 김보관 기자]

“완전도서정가제에 찬성도 반대도 하기 어렵다.”고 밝힌 한 관계자는 도서정가제 책정 과정에서 소외된 소비자들과 출판노동자들을 언급했다. 그는 “14년에서 16년 사이 작은 서점이 분명 늘었다. 그러나 15.6%가 폐점 중이라는 통계가 있다. 고정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라며 “도서정가제에서 공급률을 건드리지 않는 게 핵심이다. 책에는 정가가 존재하지 않고 출판사가 책정한다. 임의로 책정한 다음에 대형 서점에 평균 70%를 공급한다.”고 앞선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현행 도서정가제는 공급률과 출판노동자를 무시한 대형출판사의 이익을 보존하기 위한 법이다.”라며 “도서판매율은 매해 위태로울 만큼 줄어들고 온라인 구매자가 늘어난다. 도서정가제는 실제로 서점과 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공급률의 문제와 더불어 출판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가격을 부여하는지, 작가들에게 제대로 대가를 치르는지, 출판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떤지 등 다각도에서의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라고 전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문영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토론에 참여한 이문영 작가 [사진 = 김보관 기자]

출판사에 종사하고 있는 이문영 작가는 “현재 도서출판시장은 위탁 판매 구조다. 지역 서점이 망하면 판매되지 않은 도서는 출판사로 돌아온다. 다시 판매할 수도 없다.”며 “작금의 판매 구조는 원시적이고 잘못된 방식이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오늘날 영화가 얼마나 흥행했는지, 몇 명이 보았는지는 바로바로 집계되고 알려진다. 그러나 대형 서점에서는 특정 도서가 몇 권이 팔렸는지 정확하게 고지하거나 알려주지 않는다.”라며 그것이 일종의 권력임을 이야기했다. 현재 출판 시장에서는 작가 본인조차 자신의 책이 몇 권이나 팔렸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앞서 언급된 대형출판사의 도서 광고와 대형 서점에 쏠린 공급률 문제와도 연결된다.

이문영 작가(중앙)와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우) [사진 = 김보관 기자]
이문영 작가(중앙)와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우)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의 이민우 대표는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여론이 폭발한 것은 전자책에 ISBN 부여하고 간행물로 엮으려는 시도 때문이다. 독자들의 분노는 신생 산업들을 맞지 않는 옷에 욱여넣으려는 제도적 모순에서 비롯됐다.”라며 연 4000억이 넘는 산업 규모를 가진 웹콘텐츠 시장의 빠른 성장 속도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서정가제의 재개정은 너무 분명히 당면한 과제다. 이런 자리가 만들어 짐으로써 어떤 식으로 수정할지 토론하고 논의해야 한다. 논쟁과 싸움보다는 합의와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독자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토론에 참여한 도서출판업계 관계자 [사진 = 김보관 기자]
토론에 참여한 도서출판업계 관계자 [사진 = 김보관 기자]

작가이자 1인 발행인인 한 토론자는 “도서정가제 이후 중형서점이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 소형서점이 먹고 살기 좋아진 게 아니다. 전자책도 판매 부수를 알려주지 않는다.”라며 앞선 토의들에 힘을 실었다. 그는 “저작자와 독자와 출판사 다 같이 고민할 문제다. 그 키를 쥐고 있는 정부의 헛발질이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지금의 방식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한 “이 자리가 생겨서 다행이다.”라며 “유통플랫폼이 권력이 되어가는 현 상태에서 어설프게 시장을 합치는 건 말이 안 된다. 다양한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단체가 만들어져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토론에 참여한 도서출판업계 관계자 [사진 = 김보관 기자]
토론에 참여한 도서출판업계 관계자 [사진 = 김보관 기자]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가 끝난 이후에도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람들 [사진 = 김보관 기자]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가 끝난 이후에도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람들 [사진 = 김보관 기자]

배재광 대표는 “과거 인터넷서점 막 생기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온라인서점이 오프라인 서점을 넘어섰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혁신이 생기고 있다. 이때 해야 할 일은 거기에 맞게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라며 “오래된 도서정가제 대신 각 콘텐츠에 맞는 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갈무리했다.

한편,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이번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는 인스타페이가 주최하고 ‘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준비모임’이 후원했다.

‘도서소비자, 생산자, 플랫폼이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토론회’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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