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3) / 난민의 슬픈 운명 - 임유행의 ‘난민’
난민
—나이아가라
임유행
뿔뿔이 흩어진다 난민 되어 내려온다
앞서는 슬픔과 뒤따르는 울분이
국가도 법도 없는 곳에 물의 나라 세운다
—김민정 엮음, 『해돋이』 (알토란북스, 2019)

<해설>
오늘날 나라를 잃고 떠돌아다니는 난민의 수가 6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유태인은 이스라엘 왕국의 멸망 이후 수천 년 동안 떠돌아다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세웠다. 하지만 유태인이 떠나간 시나이반도에 살던 팔레스타인은 그 바람에 그만 난민이 되고 말았다. 세계 곳곳 분쟁지역에서 목숨을 건 탈출이 이뤄지고, 그들은 난민이 된다. 우리도 사할린에 가서 살던 17만 명이 스탈린의 명령 한마디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한 뼈아픈 난민의 역사가 있다. 천만 이산가족도 어찌 보면 난민이다.
임유행은 이 단형시조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장관은 이 시조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난민들이 겪는 슬픔과 울분이 시의 중심 소재가 된다. 전쟁은 가족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의 해체는 전쟁이 발생케 하는 첫 번째 현상이다. “국가도 법도 없는 곳”에다 물의 나라를 세워본들 금방 흩어지고 마는 신세, 나라를 일본에 빼앗긴 후에 세운 우리의 임시정부가 그랬었다. 상해에서 중경까지 그 멀고먼 길을 피란 갔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난민 신청 승낙율이 아주 낮은 나라라고 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