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5) / 아파트 때문에 아파 - 구명숙의 ‘맘모스 아파트’
맘모스 아파트
구명숙
네모 입을 쫙쫙 벌리고
날마다 쑥쑥 자라나
푸른 하늘을
가로막고 서 있다
아파트 키 높이로
서민들 물가만 오르락내리락
—『뭉클』 (황금알, 2019)

<해설>
문재인 대통령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정치가 뜻대로 안 풀리고 있으니 말이다. 외교, 국방, 무역, 실업문제, 서민경제 중 뭐 하나 잘 풀리는 것이 없어 답답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특히 주택정책은 다른 누가 정권을 잡았어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재건축 붐이 일어 앞뒤좌우로 다 저층아파트가 고층이 되었다.
프랑스건 스페인이건 이탈리아건 미국이건 호주건 해외여행을 하고 온 사람들이 똑같이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그 나라에는 하늘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하늘을 볼 수 없다고 한다. 우후죽순처럼 쑥쑥 자라는 아파트가 푸른 하늘을 가로막고 있으니 관악산ㆍ매봉산ㆍ청계산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과 경기도에 이렇게 아파트를 많이 지어도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 불가사의한 일이다. 인구도 줄고 있다는데. 지방에 가도 아파트 단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20년 혹은 30년 뒤에는 낡은 아파트라고 또 허물고 다시 지을 테지.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집구하기만이 아니다. 물가가 아파트 키 높이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아니다. 내려가는 일은 거의 없다. 주택정책과 서민경제는 난제 중의 난제다. 국회의원들이 저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구명숙 시인이 따끔하게 경고하고 있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