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7) / 품위 있는 수녀님 - 장재선의 ‘가장 거룩한 것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7) / 품위 있는 수녀님 - 장재선의 ‘가장 거룩한 것은’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1.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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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7) / 품위 있는 수녀님 - 장재선의 ‘가장 거룩한 것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7) / 품위 있는 수녀님 - 장재선의 ‘가장 거룩한 것은’

 

  가장 거룩한 것은 
  ―시인ㆍ수녀 이해인

  장재선


  겨울 끝에서 봄이 일어나는 것처럼
  명랑 투병으로 희망을 일으킨다는
  당신,
  웃는 얼굴이 떠오릅니다.

  단정한 시를 쓰는 분이
  그렇게 말이 빠를 줄은 몰랐지요.
  암을 다스리는 분이
  그렇게 많이 웃을 줄도 몰랐지요.

  교도소 담장 안의 이들과
  편지를 나눈 이야기를 하다가
  세상 떠난 이들이 사무쳤던
  당신,
  끝내 눈시울을 붉혔지요.

  가장 거룩한 신앙은
  가장 인간적인 것임을 알려준
  당신,
  웃다 울다 하는 모습이 
  예뻤어요.

  —『기울지 않는 길』 (서정시학,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7) / 품위 있는 수녀님 - 장재선의 ‘가장 거룩한 것은’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7) / 품위 있는 수녀님 - 장재선의 ‘가장 거룩한 것은’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시인이기도 한 이해인 수녀를 인터뷰한 이가 시인이기도 한 장재선 기자다. 장재선 시인이 이번에 낸 세 번째 시집 『기울지 않는 길』에는 인터뷰를 한 12인에 대한 초상이 실려 있다. 그 가운데 이 시는 암 투병을 한 뒤에 어느 정도 호전된 이해인 수녀를 다루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이해인 수녀를 직접 뵌 적은 없는데, 구상 시인과의 만남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본 적이 있다. 얼굴이 맑고 웃음이 많았다. 말하는 모습을 화면상으로만 봐도 인품이 느껴졌다. 제 3연을 보니 수녀님은 교도소 수용자들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한 모양이다. 그중 세상을 떠난 이들이 있어 눈시울을 붉혔다고 하니 수녀님은 마음이 참으로 따뜻한 분이다. 이 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마지막 연이다. 사회적인 지위가 높거나 유명인일 경우 콧대까지 높을 수 있는데 “가장 거룩한 신앙은/ 가장 인간적인 것”임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이 시는 값어치를 다했다고 본다. 

  구상 시인이 그랬었다. 구명운동을 펴 무기수가 재심을 받을 수 있게 했고, 결국 가석방에 이르게 한 적이 있었다. 자기 보신에 급급한 것이 우리 인간일진대 구상 시인도 이해인 수녀도 삶의 태도가 늘 이타적이었으며 참된 의인이었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세상이 멸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것일 게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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