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8) / 탈북자의 시 - 김은경의 ‘그때 그 아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8) / 탈북자의 시 - 김은경의 ‘그때 그 아이’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1.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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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8) / 탈북자의 시 - 김은경의 ‘그때 그 아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8) / 탈북자의 시 - 김은경의 ‘그때 그 아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8) / 탈북자의 시 - 김은경의 ‘그때 그 아이’

 

  그때 그 아이   

  김은경


  벌써 6개월씩이나 
  결석했어요.
  난 불량한 아이였어요.

  그래요
  낮에는 하루 종일
  농장 밭을 헤매는
  난 이삭 줍는 아이였어요.

  6개월 만에 찾아간
  참 그립던 교실
  선생님의 눈총에 맞아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던
  난 힘없는 아이였어요.

  조심스런 인사 대신
  매를 먼저 드신 선생님,
  식량난에 결석한 난
  온몸에 멍이 든
  가난한 집 아이였어요.

  자식이 맞은 것에 통곡하실까
  어머니 앞에서 밝게 웃어 보였던
  난 거짓말쟁이 아이였어요.

  매보다 더 아팠던 건
  그 어디에도,
  그 누구에게도 
  나의 슬픔을 말할 수 없다는 것,

  거멓게 나물물 든
  손톱을 물어뜯으며
  몰래 울음을 삼키던 그 밤에도
  난 그늘 없이 자라고 싶었던 
  어린 아이였어요.

  —『망명북한작가 PEN문학』 (2016년 제4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8) / 탈북자의 시 - 김은경의 ‘그때 그 아이’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28) / 탈북자의 시 - 김은경의 ‘그때 그 아이’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우리가 탈북자 혹은 북한이탈주민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다. 3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최근의 탈북자 모자 사망을 보면 목숨을 걸고 남으로 온 이들에게 우리 정부가 보금자리를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나 보다. 하지만 그들이 남한 생활에 적응을 잘 못할 경우, 도와주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터에 선상반란을 했던 두 북한 어부의 송환조치는 더욱더 마음을 심란케 했다고 한다. 

  이 시를 쓴 김은경은 북한의 현실을 솔직히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꽃제비’라고 부르는 아이들에 대한 시다. 6개월씩이나 결석한 이유는 먹을 것이 없어서 농장 밭을 헤매며 이삭을 줍기 위해서였다. 6개월 만에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은 오해를 해 매질을 한참 한다. 집에 가서는 어머니에게 멍든 몸을 보여줄 수 없는 아이, 밝게 웃어 보이기까지 한 아이는 철이 다 들었다. 

  북한의 현실이라면 동족이기에 참으로 안타깝다. 국민 총생산의 상당 부분을 핵무기 개발과 실험에 쏟아 붓고 있어서 인민의 복지가 뒷전인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일이다. 3만 명이 남으로 와 있어도 북한 당국이 인민의 허기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핵을 이용하려고 하니 잘 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꽃제비’ 아이를 화자로 삼은 이 시는 탈북자가 쓴 것이어서 더욱더 가슴이 아프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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