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주년 기념 좌담] 이 시대의 리얼(리즘) 문학이란? (3)
[창간 7주년 기념 좌담] 이 시대의 리얼(리즘) 문학이란? (3)
  • 김지윤
  • 승인 2019.11.29 0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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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019년 10월

● 참석자

사회 : 김지윤(시인, 문학평론가)
참석자 : 문종필(문학평론가), 김사이(시인), 신지영(소설가), 하명희(소설가)
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김지윤: 혹시 우리나라 문단에 대해 혹시 어떤 제언이 있으실까요? 평소 생각하신 바에 대한 가벼운 단상이라도 좋습니다.

 

김사이: 창작자와 평론가 사이가 약간 불편하거나 부담스럽더라도 직언을 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그렇지가 못한 것 같아요. 평론은 조금 더 예리해질 수 있어야 하고, 창작자들도 평론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창작과 평론은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명희: 문학은 언제나 주류의 방식을 비판해왔는데, 주류의 문학만 살아남는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요. 창비, 문사, 문동 작가들만 문학을 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런데 비평가들도 다들 이들만 다루는 것은 다른 문학을 하지 말라는 경고 같아서 외롭고 힘이 듭니다. 소수여도 다양한 방식의 문학이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비평이 그들을 발굴하고 언급하고 호되게 비평도 하면서, 작가들이 길을 헤맬 수는 있지만 포기하지는 않도록 해주면 좋겠어요.

 

신지영: 문단이라는 표현이 조금 어색한데요. 저는 사실 문단이라는 것에 속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가급적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려 하는데, 당연히 그 중에 글을 쓰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 분들께 딱히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개인적으로 요즘 문학의 매체가 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쓰기 형식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많이 공감했고, 근로자의 어려운 현실을 그려낸 몇몇 웹툰이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는데 노동문학은 그렇지 못하다면 그 원인을 생각할 필요가 있겠죠. 어떻게 쓰느냐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고 사실 저도 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일단은 듣고 보고 쓰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일에 충실하며 방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문종필: 평론을 쓰는 입장이니 평론에 대한 가벼운 단상을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평론가이지만 평론은 너무나도 재미없습니다. (웃음) 무게 있는 평론이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평론의 다양성을 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신지영 선생님 말씀처럼, 매체 변화 같은 것들도 더 고려되어야 할 것 같고요. 좀 더 많은 사람에게 통하는 언어와, 보다 다양한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윤: 지금 이야기 중에 잠깐 언급이 나왔는데, 기술의 발전이나 새로운 플랫폼 등도 중요한 고려 요소일 것 같습니다. 사실 2000년대 문학은 그 이전 문학과 소통 방식 자체가 크게 바뀐 부분이 있고 최근의 문학은 더욱 그렇다고 여겨지는데요. 문종필 선생님, 방금 말씀하신 것에 부연설명을 더 해주신다면, 매체 변화에 따른 현실재현의 방식의 변화에 대해 어떤 것을 생각하고, 고려할 필요가 있을까요?

 

문종필: 습관적이고 기계적인 방식으로 문인들이 ‘매체변화’를 흡수하는 경우와, 온몸으로 ‘매체변화’를 흡수해 자신의 언어로 승화시키는 방식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후자에 대한 노력이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매체변화’를 ‘창조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매체변화의 경우 ‘젊은 문인’들의 매체변화를 주목하는 경우가 많은데 새로운 ‘매체변화’에 반응하는 작가들이 젊은 세대에게만 한정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가령,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90세의 노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경우는 자신의 회화를 ‘스마트 폰’으로 그림 그리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가 스마트폰으로 그린 그림은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린 연도는 2009년입니다. 저는 예술가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상투적인 말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는 죽지도 살지도 않는 좀비와 같은 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매체변화’는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생애체험’으로 다가옵니다. 중년, 노년의 예술가들이 매체변화에 반응하는 부분 역시 젊은 예술가들을 주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작품들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모든 세대가 매체변화를 흡수하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현실을 재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지윤: 네, 좋은 말씀입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드려야할 때가 되었네요. 오늘 좌담에서 여러 말씀을 듣다보니 소외된 사람들, 변방에 대한 선생님들의 깊은 관심과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리얼리즘에서의 소수자 형상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고, 현재에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선생님들께서 진단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하명희 소설가

 

하명희:  “리얼리즘에서 소수자의 형상화”라는 단어가 좀 어려운데요. 문학은 태생이 소수자, 이방인, 변방, 이상한 사람들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요? 제가 다른 쪽을 잘 몰라서 독자 폭이 좁나 봐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쓰고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신지영: 어떻게 형상화가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건 제가 이야기 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그저 이야기를 한다면 내가 나를 기록한다고 생각하고 써요. 나 또한 많은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나와 그들을 분리하지 않으려고 하죠.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의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거리감이 없는 것 같아요.

 

 

문종필: 저는 문학이 특정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걸어간 길이 사후적으로 문학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회자 선생님께서 “진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는데, 저는 “진단” 보다는 소수자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풍경 속으로 들어가 풍경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이승섭 선생님의 말처럼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합니다. 감기에 걸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 비를 맞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럴 때 문학은 진정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리얼리즘은 그저 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문학 시스템 안에서 그것을 담론으로 규정하거나 비평적 언어로 어떤 프레임을 만들어 설명하곤 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인간’ 그 자체가 아닐까요. 

 

김사이 소설가
김사이 소설가

김사이: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성에 대해 따로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소수자에 대한 형상화는 ‘같이 가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여성 문제가 풀리면 노동 문제도 같이 풀릴 거라고 저는 믿는 부분이 있어요. 두 개는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그런 불가분의 관계랄까요.

 

김지윤: 그러고 보니 김사이 선생님의 다른 인터뷰에서, 앞으로 내실 새 시집에 여성문제와 노동문제를 다루려 한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 같은데요. 향후 쓰실 시에 그런 부분을 포함시키신다면, 어떤 시를 쓰고 싶으신가요?

 

김사이: 그 때 그 때 달라요. (좌중 웃음) 단순히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 차별을 받는 것이 단순히 생물학적 성의 문제 때문은 아니잖아요. 현실에 억압되는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은 모두 연결된 부분들이 있고요. 기존에 여성 노동을 재현하는 작품을 사실 그리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제 자신이 여성으로, 여성의 현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이 있고.. 저도 아직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중이예요. 그저 다른 것보다,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싶은 마음이고.. 시집에서 어떻게 나올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요.

 

김지윤: 네, 김사이 선생님의 새로운 시가 기대됩니다.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이제 좌담을 마치면서 덧붙일 말씀이 있으신 분 혹시 계신가요?

 

문종필: 여러 억압적 기제들로 인해 그동안 나올 수 없었던 목소리들이 최근 분출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다양한 화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말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대화들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멈추지 않고 계속 이야기되어야 하겠지요. 문학가가 자기 발언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그런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라 생각됩니다.

 

김지윤: 네, 오늘의 좌담을 정리해주시는 듯한 말씀이시네요. 오늘 긴 시간 모두 고생하셨어요. 좌담에 참석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문종필 평론가는 2017년 <시작> 문학평론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지난 2월에 김수영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명희 소설가는 2009년에 문학사상으로 등단했고, 2014년에 장편소설인 『나무에게서 온 편지』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작년에 첫 작품집 『불편한 온도』를  냈는데, 그 책으로 올해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신지영 작가는  2009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과 2010년 새로운 평론가상을 받았고 소설집, 동화 등 몇 권의 책이 있고 ‘창비 좋은 어린이책’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사이 시인은 2002년 『시평』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첫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 이후 10년 만인 작년에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라는 시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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