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2) / 차라리 새의 노래를 - 이명덕의 ‘새들의 언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2) / 차라리 새의 노래를 - 이명덕의 ‘새들의 언어’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2.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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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2) / 차라리 새의 노래를 - 이명덕의 ‘새들의 언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2) / 차라리 새의 노래를 - 이명덕의 ‘새들의 언어’

  새들의 언어 

  이명덕  


  새들의 언어에는
  존댓말과 낮춤말이 없습니다
  다만, 날아다니는 말과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는 말들이 있을 뿐입니다
  애벌레처럼 꿈틀대거나
  작은 날개를 흉내 낸 말입니다

  새들의 말엔 예민한 나뭇가지가 있고
  허세를 부리는 허수아비의 허풍이 있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마치
  하늘로 비상할 꿈을 꾸는
  작은 열매를 닮았습니다

  말로 싸우는 존재는 인간들입니다
  계산된 언어를 생산하고
  말의 설계로 무기를 만들고
  지배와 억압을 행합니다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은
  잘잘못 따지고 말로 배제하려 합니다
  큰 목소리와 작은 목소리로
  사람을 두어 부리려 합니다

  오랜 시간 딱딱해진 인간의 말이
  말랑한 숲속 둥지에 깃들지 못해
  우리가 새들의 언어를
  자연이라 일컫는 데는, 어느 귀를 열어도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사당동 블루스』(시와표현,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2) / 차라리 새의 노래를 - 이명덕의 ‘새들의 언어’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경주에서 제5회 국제PEN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열렸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문학 활동을 하는 해외 교민들의 모국어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글은 우리 조상이 물려준 여러 가지 문화유산 중 가장 값진 보물이다. 얼마나 과학적이고 정교한지 한글 창제의 과정을 알면 알수록 혀를 내두르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만 자화자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언어학자와 석학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글을 우수성을 칭송한다. 한자와 한문은 너무 어려운데 한글은 백성들이 쉽게 배우고 익혀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근년에 제일 많이 찍는 책이 외국인이 배우는 한글 교재라고 한다. 

  새의 지저귐을 ‘운다’고도 ‘노래한다’고도 표현하는데 아침에 일어나 새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참 상쾌해진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쟤들은 벌레를 잡아먹겠다고 돌아다니고 있네그려. 참 부지런하단 말야 하고 생각하며 기지개를 켠다. 

  나무의 끝, 새둥지를 보면 경이롭다. 작은 나뭇가지를 몇 백 개나 물어다 얼기설기 집을 지어놓으니 말이다. 새들의 말에도 허세를 부리는 허수아비의 허풍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인간들, 특히 입으로 먹고 사는 정치가들이 쓰는 말은 많은 경우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옛날 사람들은 나쁜 말을 들으면 물가에 가서 귀를 씻는다는 표현을 썼다. 이 나라에서 살면 거의 매일 귀를 씻어야 한다. 새들의 언어는 자연 그 자체인데 새들이 둥지를 틀 나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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