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7) / 살아난 자식 - 정일근의 ‘목욕을 하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7) / 살아난 자식 - 정일근의 ‘목욕을 하며’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2.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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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7) / 살아난 자식 - 정일근의 ‘목욕을 하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7) / 살아난 자식 - 정일근의 ‘목욕을 하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7) / 살아난 자식 - 정일근의 ‘목욕을 하며’

  목욕을 하며

  정일근


  마흔해 손 한 번 씻겨 드리지 못했는데
  아들의 등을 미시는 어머니 우리 어머니
  병에서 삶으로 돌아온 내 등 밀며 우신다

  벌거벗고 제 어미를 울리는 불혹의 불효,
  뼈까지 드러난 몸에 살과 피가 다시 살아
  어머니 목욕 손길에 웃는 아이가 되고 싶다

  까르르 까르르 웃는 아이가 되고 싶다
  어머니의 욕조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이 되어
  회귀의 강으로 돌아가는 살찐 새끼가 되고 싶다

  —세계시조시인포럼『Hello 시조』(고요아침, 2015)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7) / 살아난 자식 - 정일근의 ‘목욕을 하며’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정일근 시인이 마흔 즈음에 큰 병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선 적이 있었다. 저승으로 난 문지방을 이미 넘어갔는데 현대의학 의술이 그를 이승으로 돌려세웠다. 시인의 어머니는, 자식을 이번에 잃게 되나 상심이 컸는데 살아났으니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을 것이다.

  이 시조는 초췌해진 아들을, 하지만 이제 막 퇴원한 아들을 씻기는 어머니의 목욕 장면이다. 생각해보니 아들은 어머니 손 한 번 씻겨 드린 적이 없다. 중병을 앓았다는 것은 큰 불효를 한 셈이지만 그래도 살아나 참척(慘慽)의 고통을 드리지 않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이다. 

  어머니는 회복기에 접어든 아들을 씻기면서 40년 전으로 돌아가 아기 때의 아들을 씻기던 생각을 당연히 했을 것이다. 그때는 이 녀석이 오동통했는데 지금 이게 뭐람. 이제 내가 잘 해먹여야지. 이게 이 세상 어머니의 마음이다. 지구상에 수많은 전쟁이 있었는데 여성이 모의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자기 새끼가 전장에서 죽을 것을 아는데 어떻게 전쟁을 일으킨단 말인가.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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