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9) / 아버지는 어디에 - 허문영의 ‘새벽오줌’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9) / 아버지는 어디에 - 허문영의 ‘새벽오줌’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2.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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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9) / 아버지는 어디에 - 허문영의 ‘새벽오줌’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9) / 아버지는 어디에 - 허문영의 ‘새벽오줌’

  새벽오줌

  허문영


  아버지 웬일이세요
  여기 이른 새벽인데요

  요새도 거시기 보시기 어려운가요
  벌써 몇 번이나 깨셨어요

  여긴 봄인데
  거기도 꽃들이 피었겠지요

  돌 속에 계시니 
  아무래도 입술이 차갑겠지요

  웃풍은 없나요
  봄비는 들이치지 않나요

  아직도 밤은 차니까
  돌창문은 꼭 닫고 주무세요

  가끔 나와서 별도 보세요
  새로 생긴 손자들이 반짝일 거예요

  새벽오줌을 누며
  문득 거울을 보았더니

  쉬, 쉬이…… 하시던
  아버지가 서 계시네요.

  —『별을 삽질하다』(달아실, 2019)

 

  <해설>
  시적 화자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한다. 대체로 노인이 되면 전립선에 문제가 생겨 자주 요의를 느끼게 된다. 화장실에 가도 시원스레 나오지 않는다. 아버지 생의 말년을 생각하면 하룻밤에도 몇 번씩 일어나 화장실에 가던 모습이 떠올라 자식은 가슴이 짠해진다. 화자인 아들은 어느덧 장성하여 자식을 여럿 낳아 키우게 되었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손잡고 걸음마를 시키고 다친 무릎에 호호 입김을 불어주고……. 돈만 벌어 오는 것이 아니다. 요를 적시곤 하는 자식에게 배변 훈련도 시킨다. 먼 길 떠나기 전에는 화장실에 들르게 한다. 고추 만진 손을 꼭 씻게 한다. 

  시인은 어느 날 새벽에 오줌을 누러 갔다가 거울을 보았다. 희끄무레한 거울 속 얼굴이 바로 아버지였다. “쉬, 쉬이……” 하면서 오줌을 누게 하던 바로 그 아버지, 지금은 무덤 속에 누워 있는 그 아버지가 나를 보고 있다. 

  자식은 아버지를 닮는다. 미워했던 아버지를 더 닮는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버지를 닮은(혹은 닮아가는) 자신을 보고 내심 깜짝깜짝 놀란다. 결코 닮고 싶지 않은 부분을 닮아갈 때는 아버지가 새삼 또 원망스럽기도 하고.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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