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44) / 이상이 연 다방 - 장은수의 ‘제비다방’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44) / 이상이 연 다방 - 장은수의 ‘제비다방’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2.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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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44) / 이상이 연 다방 - 장은수의 ‘제비다방’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44) / 이상이 연 다방 - 장은수의 ‘제비다방’

  제비다방

  장은수


  말쑥한 종로 뒤편 제비집이 덩그렇다

  층층의 계단마다
  낡은 관절 삐걱대고
  황토 빛 바람벽 틈새
  커피향이 배어 있다

  탈고 못한 원고인 듯
  빛바랜 책갈피인 듯
  죽지 꺾인 날개 위로
  얼비치는 저 오감도

  찻잔 속 홰치는 소리 모락모락 들려온다

  —『새의 지문』(고요아침,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44) / 이상이 연 다방 - 장은수의 ‘제비다방’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이상이 종로에 ‘제비다방’의 문을 연 것은 1933년 7월, 스물네 살 때였다. 이미 폐병이 심해져 몸 상태가 영 심상치 않았다. 이 해에 총독부 건축기사 직을 그만두고 황해도 배천온천으로 요양을 갔다. 그곳에서 만난 금홍이라는 여자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그는 집을 팔아 다방을 차렸다. 문인들의 아지트가 되었지만 그는 술추렴을 하지 않았고 구석방에서 시를 썼다. 시 「오감도」연작시를 바로 이 제비다방에서 썼다. 

  폐결핵 균은 그의 몸에 점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웠지만 영혼은 불꽃을 일으키며 활활 타올랐다. 시한부 인생에 대한 자각이 그를 치열하게 살아가게 했고 동시에 가련하게 죽어가게 했다.  

  지금도 종로에 가면 제비다방이 있는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장은수 시조시인의 상상 속의 제비다방은 계단 올라갈 때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던 것이리라. 이상 시인의 죽지는 그때 꺾여 있었겠지만 「날개」「종생기」「봉별기」 등 주옥같은 작품이 연이어 탄생한다. 보통의 새(조감도)가 까마귀(오감도)가 된 이유는 설이 분분하니 생략하자. “찻잔 속 홰치는 소리 모락모락 들려온다”는 공감각적인 표현이다. 이상도 이 기상천외한 구절을 봤더라면 기절초풍했을 것이다. 언뜻 보면 시조가 아닌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시조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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