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통해 장애를 말하다” 장애와문학학회 출범! 구상솟대문학상 시상식과 함께해
“문학을 통해 장애를 말하다” 장애와문학학회 출범! 구상솟대문학상 시상식과 함께해
  • 김규용 기자
  • 승인 2019.12.13 22:23
  • 댓글 0
  • 조회수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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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문학, 장애인문학, 문학 속 장애 현상 등을 깊이 있게 탐구하겠다”
장애와문학학회 창립 기념 세미나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장애와문학학회 창립 기념 세미나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규용 기자] 그간 한국 문학계에서 ‘장애’란 쉽게 소재화되어왔다. 동화에서조차 ‘장애인’은 ‘도와줘야 할 친구’ 내지는 ‘특별한 사람’으로 그려지곤 했다. 그러나 국내외에는 장애와 함께 뛰어난 문학 작품을 창조해내는 작가, 장애와 상관없이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는 이들, 문학 속 장애 현상을 연구하는 학자 등 다양한 문학인들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담론을 나누고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하기 위해 문학계 수많은 이들이 뜻을 모았다. 지난 10월 12일 창립식과 함께 진행된 장애와문학학회 창립 기념 세미나는 대학로 이음센터 이음홀에서 개최됐다. 행사장에는 “태백산맥”으로 유명한 조정래 원로작가가 참석해 축사를 전하기도 했다.

윤재웅 장애와문학학회 회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윤재웅 장애와문학학회 회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장애와문학학회’ 창립식 인사말을 맡은 윤재웅 장애와문학학회 회장은 “장애문학, 장애인문학, 문학 속 장애 현상 담론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공론의 장으로 이끌겠다.”라며 이를 통한 사회 인식의 변화와 법 제도의 개선을 염원했다.

이후 정용준 서울예술대학교 교수가 기조연설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이 발견해내는 것들’을 통해 객석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말더듬이 소년’이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장애가 아닌데 장애가 있는 것처럼 취급을 받아 장애를 얻은 이들’에 관해 조망했다. 정용준 교수는 이어 “개인적 고통과 비극은 모두 장애다. 고통엔 크고 작음이 없고 높고 낮음도 없다.”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과 포기, 나아가 이해를 향한 노력과 쓰기의 욕망에서 소설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더불어 과거 ‘장애우’라는 표현이 ‘장애인은 반드시 친구가 되어주거나 도움받을 처지’라는 편견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개선된 사례를 언급하며 “내 방법과 판단을 과신하지 않고 항상 그들의 입장에서 알려고 애써야 한다.”는 말로 좌중의 고개를 끄덕이게끔 했다,

장애와문학학회 창립 기념 세미나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장애와문학학회 창립 기념 세미나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한편, 이번 2019 구상솟대문학상의 수상자는 김민 시인으로 “한 줄 시로 세상을 향해 일침을 날리다”라는 평과 함께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구상솟대문학상 심사는 이승하 중앙대 교수, 맹문재 안양대 교수, 허혜정 숭실사이버대 교수가 진행했으며 최종심에는 김민, 설미희, 손성일 3명의 시인이 올라갔다.

심사평을 쓴 이승하 시인은 “확실한 메시지와 선명한 이미지”를 김민 시인의 시가 가진 특별한 장점으로 손꼽았다. 김민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구상 선생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진짜’ 상을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라며 “자만하거나 우쭐대지 않고, 구도자의 길을 가셨던 선생님의 시적 자취를 부지런히 따라가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와문학학회 창립 기념 세미나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장애와문학학회 출범식 행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미나 시간은 총 두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제1세션은 맹문재 안양대 교수의 ‘장애인 시에 나타난 자기애 고찰’과 차희정 아주대 외래교수의 ‘해방기 소설 속 장애인의 현실 인식’이다. 좌장으로는 김세령 호서대 교수가 자리했다.

맹문재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맹문재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그중 맹문재 교수는 장애인 문학 활동, 그중에서도 시 작품 리뷰에 집중해 그 속에 담긴 자기애의 발현을 살펴봤다. 그는 우선 서론에서 “장애인문학이 장애인이 쓴 문학작품만을 의미한다고 한정지어서는 안 된다. 장애를 소재나 주제로 한 작품도 장애인문학으로 보아야 한다”는 기존의 연구를 인용하며 “그렇지만 장애인문학은 장애가 있는 문인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장애인 시에서의 신체적 자기애와 정신적인 자기애를 주제로 몇 편의 시들을 살펴보았다. 맹문재 교수는 “장애인 시에 나타난 신체적 자기애는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점을 짚으며 자신의 불리한 신체적 조건으로 타인을 원망하지 않고 포옹하는 특징을 이야기했다. 

맹문재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결론부에서 맹문재 교수는 “비장애인이 주류인 사회에서는 장애인을 결함이 있는 존재로 여기고 차별한다. 이와 같은 소외 상황에서 장애인 시인이 절망하거나 함몰되지 않고 사랑 노래를 부른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며 사회의 부정적 시각에 주눅 들지 않고 주체성을 지키며 존엄한 한 인간으로서 권리를 추구하는 행위에 가치를 부여했다.

휘민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휘민 교수 [사진 = 김보관 기자]

제2세션에서는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승하 중앙대 교수의 ‘시로써 장애를 극복한 두 시인의 시세계’, 휘민 숭실사이버대 외래교수의 ‘장애인동화에 나타난 장애의 재현과 폭력성’이 발표됐다.

특히 동화 리뷰를 다룬 휘민 교수는 이금이, 황선미의 장편동화를 중심으로 장애인동화에 내재한 환상성과 폭력성을 되짚었다. 휘민 교수에 따르면 여전히 한국에서 장애인동화는 ‘소수 문학’에 머물러있으며 장애인동화에 대한 연구 역시 마찬가지인 실정이다.

장애인동화를 창작하는 양식 있는 작가들이 집필한 동화에서조차 장애인을 ‘도와주어야 할 대상’ 내지는 ‘환상성’으로 포장해 여실한 한계를 드러냈다. 또한, 장애인 화자가 일인칭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화는 존재하지 않다시피 한다. “장애를 예술의 주제가 아니라, 그 주제를 구현할 기회나 소재로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는 것이 발표문의 주요 골자다. 

방귀희 교수 [사진 =김보관 기자]
방귀희 교수 [사진 =김보관 기자]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에는 토론자로 참여한 김미선, 방귀희, 손병걸 작가뿐 아니라 현장에 참석한 여러 장애인 작가들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오갔다. 

방귀희 작가는 2015년까지 발간되어 통권 100호의 기록을 가진 문예지 “솟대문학”을 스탠포드 대학교 도서관에서 연구 자료로 구해간 점 등을 자랑하며 향후 장애와문학학회의 활발한 연구 및 활동을 통해 ‘장애인문학’에 관한 논의가 더욱 깊이 있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장애와문학학회는 앞으로 ‘장애인문학이 문학성이 낮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장애문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 등을 과제로 삼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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