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46) / 찬란한 봄 풍경 - 손해일의 ‘산수유 수유간에ㆍ2’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46) / 찬란한 봄 풍경 - 손해일의 ‘산수유 수유간에ㆍ2’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2.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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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46) / 찬란한 봄 풍경 - 손해일의 ‘산수유 수유간에ㆍ2’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46) / 찬란한 봄 풍경 - 손해일의 ‘산수유 수유간에ㆍ2’

 

  산수유 수유간에ㆍ2

  손해일

  2월 중순부터 4월초까지 구례군 산동면 상위, 하위, 반곡, 계척, 현천, 대평 
  초록봄 기지개 켜는 산수유마을, 섬진강 당곡계곡 하늘이 훨훨 날아 봄이 노릇노릇 익는다 

  살얼음 풀리는 밑으로 돌개울 물소리, 위턱구름 짙푸른 하늘로 청보리 해동갑해 흐르고
  별똥별 살별 우수수 쏟아진 노랑잔치, 호오이~ 호오이~ 박새 딱새 직박구리 
  노랑턱멧새도 살갑게 날아드니

  산수유 꽃 한 봉오리에 작은 꽃 20여 개 노오란 떨잠 족두리 화관들이 파르르 떨고
  그 속에 숨죽인 털실 암술 수술 개나리 진달래 졸린 눈 비비는 사이
  산수유 꽃이 잎보다 먼저 나온다

  초록은 동색, 노랑도 동색이라 생강나무, 개나리, 유채꽃 
  노랑턱멧새 노랑나비 나붓나붓 어우러진 봄
  노오란 천지에 지그시 눈감으니,
  꽃샘바람에 사레들린 시간의 미늘처럼 
  산수유 수유간에 이승이 진다

  —글빛동인지 『목소리』의 초대시(정은출판, 2018)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46) / 찬란한 봄 풍경 - 손해일의 ‘산수유 수유간에ㆍ2’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아침저녁으로 한기가 느껴지는 12월 중순이다. 그래서 더더욱 봄노래에 넋을 잃게 된 것일까. 아니다. 봄이 되면 수많은 시인이 해동을 기뻐하고 춘신을 노래하지만 봄의 노란색을 시의 화폭에다 이토록 찬란하게 채색해놓은 시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남원이 고향인 손해일 시인은 구례군 일대, 섬진강 주변의 봄 풍경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시를 살리는 데는 그곳 풍경의 아름다움도 한 몫 하지만 위턱구름ㆍ해동갑ㆍ살별ㆍ떨잠 같은 순우리말과 첩어를 사용해 봄 산천을 무릉도원으로 만든다. 온갖 새와 꽃과 나비가 시 안에서 바깥으로 뛰쳐나와 우리를 즐겁게 하지만 ‘초록봄’ ‘노란잔치’ 같은 조어가 한몫 거든다. 봄이 노릇노릇 익는다는 표현도 절묘하고 ‘초록은 동색’이라는 흔히 쓰는 말도 시의 문맥에서 다르게 응용하니 기분이 점점 더 유쾌해진다. 그런데 이 시의 백미는 마지막 문장이다. 이 모든 아름다운 봄 풍경이 영원한가. 그렇지 않다. 산수유는 그야말로 수유(須臾)간에 진다. 생명이란 이토록 덧없는 것이다. 이 시의 결구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모범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꽃샘바람에 사레들린 시간의 미늘처럼”이라니, 아아 내 근년에, 이보다 멋진 비유법을 본 적이 없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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