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저 붉은 빛의 강 속에서 부활하자 - 이승하 시인
[시] 저 붉은 빛의 강 속에서 부활하자 - 이승하 시인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6.12.04 16: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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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붉은 빛의 강 속에서 부활하자

  이승하(시인)


  눈보라 몰아치는 우랄산맥과 알타이산맥을 넘었다 
  고비사막에서도 몽골고원에서도 살아남아 
  강을 건넜다 일부는 압록강을 일부는 두만강을 
  초록빛 평원에 이르러 말에서 내렸다     
  이곳이로구나 천년 만년 살아갈 옥토, 반도에다가

  나라를 세웠다 역사 반만년 삼천리 금수강산
  이 땅에 뿌리내려 살아온 이래
  이런 군주가 있었던가 이런 신하들이 있었던가
  전대미문, 어느 군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 어느 폭군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알았다

  오백 년 왕조를 송두리째 팔아먹은 
  을사오적신보다 더하면 더했지 저 끝없이 드러나는 탐욕
  청와대에 앉아서 부끄럽지 않은가
  교도소에 갇혀서 후회되지 않는가
  도둑심보로 이권개입 강도행각으로 국정농단
  
  저마다 만사를 뒤로 하고 촛불을 들고
  외치고 있다 그 난파와 좌초의 일곱 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고 있다 그토록 많은 약이 필요했냐고
  후안무치, 사과도 하지 않고 반성도 않고  

  보라 시청 앞에서 광화문 앞에서 경복궁역 앞에서
  저 붉디붉은 빛의 물살을 보라
  청와대 일백 미터 앞까지 넘실대는 촛불, 촛불, 촛불
  한 마음 한 뜻으로, 온 정성 온 힘으로 
  우리는 다시 모였다 부활했다 빛의 강 속에서

  사람들의 함성이 도도한 물결을 이루는구나
  월드컵 때 그랬었다 그때보다 더 붉은 빛의 물살이 
  평등과 평화를 꿈꾼다 자유와 자존을 지킨다 
  한강의 야경보다 훨씬 아름다운 이 물결이 
  민주주의의 드넓은 바다에 이를 때까지

  빛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더 짙은 어둠 속에서도 
  빛의 물살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승리의 그날까지 
  아아 분해서 이곳에 모였다 내 형제 내 이웃이여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 위하여
  사람 위에 사람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이승하 시인은 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화가 뭉크와 함께'로 데뷔했으며, 저서로 시집 "감시와 처벌의 나날", "공포와 전율의 나날",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 등이 있다.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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