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8) / 길 위에서의 삶 - 손확선의 ‘고속도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8) / 길 위에서의 삶 - 손확선의 ‘고속도로’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2.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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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8) / 길 위에서의 삶 - 손확선의 ‘고속도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8) / 길 위에서의 삶 - 손확선의 ‘고속도로’

  고속도로

  손확선 


  대형트럭 면허증이 가진 것의 전부인
  사내의 삼십 년은 길 위의 삶이었다
  바퀴가 닳아지듯이 인생도 낡아지는

  두 아들 등록금에 노모의 요양비를
  팔 톤 트럭 바퀴에 감았다가 풀어놓은 
  경부선 아스팔트길 봄꽃이 한창이다

  꽃구경 가자하던 아내는 그 봄날에
  황사가 자욱한 꽃길 따라 떠나가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가속페달 밟는다

  —『먼 산에 진달래꽃』(목언예원,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8) / 길 위에서의 삶 - 손확선의 ‘고속도로’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고속도로에는 언제나 대형트럭들이 달리고 있다. 길 위에서 자기 생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 이야기를 손확선은 들려준다. 그는 자기가 모는 트럭의 바퀴가 닳듯이 낡아갔다. 사람들이 꽃구경을 가는 봄철에 그의 아내는 그만 “황사가 자욱한 꽃길 따라” 떠나갔다. 무슨 연유인지 작품에 밝혀놓지 않았지만 아마도 저승으로 간 것이리라. 

  트럭 기사에게는 아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누가 마련하며 노모의 요양병원 입원비는 누가 마련하는가. 그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슬픔에 잠겨 있을 수 없다. 가속페달을 밝으며 오늘도 그는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시조치고는 길다고 할 수 없지만 요즈음 시가 대체로 길다는 것을 감안하면 3개 연으로 되어 있으니 짧은 셈이다. 이 짧은 3수 안에 한 가족의 가족사가 담겨 있다. 한 사내의 인생사가 담겨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과 인간의 생로병사가, 인간사의 이모저모가 다 담겨 있다. 시조는 길어야 이 정도 분량이지만 「고속도로」는 참 슬프고 웅숭깊다. 손확선 같은 시조시인이 있어 멀리멀리 고속도로처럼 우리 시조의 미래가 뻗어 있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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