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9) / 장애인을 차별 말자 - 신수진의 ‘눈물보다 바람보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9) / 장애인을 차별 말자 - 신수진의 ‘눈물보다 바람보다’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9.12.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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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9) / 장애인을 차별 말자 - 신수진의 ‘눈물보다 바람보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9) / 장애인을 차별 말자 - 신수진의 ‘눈물보다 바람보다’

  눈물보다 바람보다

  신수진 


  교문 앞 신호등에
  안전지킴이로 일하는 우리 아빠
  친구들은 빠아안히
  아빠 다리만 쳐다본다

  절룩절룩
  뒤뚱거리는 아빠 걸음
  큰소리로 내 이름 부르며
  손 흔들어주는데
  아침마다 아빠가 미워 죽겠다

  탕!
  운동회 날
  총소리와 함께 달려 나간 내 다리는
  절뚝이, 절뚝이, 하는 놀림을 지나
  내 마음처럼 금이 간 결승선을 지나
  야! 어디까지 가!
  하는 친구들 소리도 지나
  학교 담장 먼발치에서 응원하던
  아빠 앞에까지 가서야 멈춰섰다

  우리 반이 1등이라며
  손뼉 치고 좋아하는 친구들
  아빠,
  나는 눈물보다 바람보다 빠른
  아빠의 대표선수야
  아빠 가슴에 사는 금메달이야

  ―『중앙예술제 문집』(중앙대 대학원, 2017)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59) / 장애인을 차별 말자 - 신수진의 ‘눈물보다 바람보다’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이 감동적인 한 편의 동시 앞에서 무슨 해설이 필요하랴. 이것이 사랑이고 이것이 믿음인 것을. 

  다리를 저는 신체상의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문 앞 건널목에서 깃발을 들고 있는 화자의 아버지. 그 일은 학부형들이 돌아가면서 하게 되어 있는데 아이의 엄마는 일찍 일터로 갔는지 부재중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빠가 나오게 되었다. 그런 아빠에 대해 친구들이 뭐라 할까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 

  아무튼 운동회 날 바람보다 빨리 뛴 아이 덕분에 그 반이 1등을 하게 되었다. 결승선을 지나 아이는 아빠 앞으로 달려가서 운다. 아빠한테 미안한 마음에. 아빠를 부끄러워했던 자신이 미워서. “나는 눈물보다 바람보다 빠른/ 아빠의 대표선수야/ 아빠 가슴에 사는 금메달이야”는 아이가 말할 수 없는, 너무나 어른스러운 표현이어서 마음에 좀 걸리지만 동시의 독자가 어린이만은 아니니 허용이 될 수 있다고 하겠다. 

  2019년 올해 장애와문학학회(회장 윤재웅)가 창립되었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 환한 빛이 될 일들을 하기 바란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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