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 붉은 빛의 강 속에서 우리 부활했다 - 이승하 시인
[시] 이 붉은 빛의 강 속에서 우리 부활했다 - 이승하 시인
  • 이승하 시인
  • 승인 2016.12.10 2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붉은 빛의 강 속에서 우리 부활했다

이승하(시인)


우리는 우리 안에 갇혀 있지 않았다
거짓의 울타리를 허물기 위해  
부정과 불의와 부조리와 
불편부당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11월 5일, 12일, 19일, 26일, 12월 3일 
토요일마다 모였다 평일에도 모였다

촛불이 이룬 불의 강, 빛의 강
아아 역사의 현장 광화문에서, 종로에서 
청와대 백 미터 앞에까지 가서 상하 없이
좌우 없이 우리 모두 목이 쉬도록 외쳤다 
후대의 역사가들이여 잊지 말아다오
국정교과서로 죽어가던 역사가 벌떡 일어서게 한 2016년을
 
허리 동강난 반도의 남쪽에서 
유사 이래 처음 보여준 지도자의 어리석은 욕심, 
지도자 친구의 끝 모를 욕심, 
신하들의 무소불위의 욕심이
저 사슴을 말이라고 말한 환관 조고처럼 
거짓말을 하게 했다 말을 주고 말을 타고 말을 바꾸고

사사건건 사리사욕으로 국정농단 국정공백 초래했지만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의 대혁명,
동학혁명, 삼일만세운동, 사일구혁명,
광주항쟁, 6월 민주항쟁에 이어진 촛불혁명 
한 명도 안 다친 것을 보고 선량하지 않은 선량도 표를 던져
대통령 탄핵을 가결케 했다, 됐다, 이제 시작이다 

민주주의 나라에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이여
자유대한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이여
됐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정해졌다
자기 일을 하지 않는 우리 속의 박근혜를 몰아내자
갑질하고 위법하는 우리 안의 최순실을 몰아내자 
자유와 자주, 평화와 평등을 지켜 우리 마침내 이 땅에서 부활했다 

 


이승하 시인은 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화가 뭉크와 함께'로 데뷔했으며, 저서로 시집 "감시와 처벌의 나날", "공포와 전율의 나날",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과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등이 있다.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재직 중이다.

Tag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