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원 시인 첫 시집 "거절하는 몇 가지 방법" 실천문학에서 출간
한명원 시인 첫 시집 "거절하는 몇 가지 방법" 실천문학에서 출간
  • 이민우
  • 승인 2019.12.31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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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47세에 데뷔를 하여 문학을 시작한 한명원 시인이 첫 시집을 발간했다. 34번째 실천시인선 "거절하는 몇 가지 방법" 이  그 주인공이다.  이승하 시인은 "한명원 시인에서의 천상은 천국도 아니고 '영원성'의 무한한 공간도 아닌 뚫린 지붕으로 보이는 현실의 별"이라고 이야기한다. 시인은  리얼리스트다. 세상이 거대한 동물원이라고 말한 시인은 우리를 길들이고 있는 것을 찾아 끊임없이 시인의 목소리로 고발한다. 본지는 한명원 시인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집을 들고 있는 한명원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시집 "거절하는 몇 가지 방법"을 들고 있는 한명원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1. 이번에 출간하게 되는 "거절하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표제작 '거절하는 몇 가지 방법'은 시간을 거절한 현대인의 슬픔을 쓴 시입니다. 우리는 눈을 떴으나 장님처럼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혹은 손이 있으나 손을 내밀지 않아 시간을 잃어버리기도 하지요. 아니면 어린아이의 마음 같아서 머뭇거리다가 순간을 놓치기도 합니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찰나를 붙잡지 않아서 애인을 놓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혹은 직장인이나 주부로 살면서 자신의 꿈을 이룰 기회가 다가왔어도 망설이며 잡을 수 없었던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무수한 시간을 우리는 거절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시절을 회상하고 후회도 합니다. 그 시간을 붙잡았다면 인생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요. 

이 시집은 1부를 여름, 2부는 가을, 3부는 겨울, 4부는 봄으로 거대한 시간 앞에 서 있는 인간의 흘러가는 찰나를 포착하여 쓴 시들이 많습니다. 제가 그러한 매 순간과의 이별이 견딜 수가 없어서 펜을 들기 때문이지요. 시인이 느끼는 계절이 어떤 것인지 독자가 읽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2. 문학을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어릴 적에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책을 보면 슬그머니 구석으로 가서 독서를 하였습니다. 그때는 책이 세상의 전부였던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20대에 남자친구한테 세계 명시선 "내 사랑 너를 위해"라는 시집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 시집에는 디킨스, 휘트먼, 구르몽, 포, 롱펠로, 베를렌느, 두보, 이백 등 동서양의 유명한 시인들의 숭고한 시들이 있었어요. 남자 친구가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에서 만날 때마다 냅킨에다가 글귀를 써서 주었지요. 그때부터 시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감수성이 예민한 20대에 시의 한 구절이 마음에 닿으면 읊조리면서 다녔지요. 그 시들이 내 내면에 쌓이면서 어느 날부터 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어요.

3. 데뷔하셨을 때 나이가 몇 살이셨나요? 데뷔 이후 작가로서의 삶은 어떠신가요?

​47세에 데뷔를 하였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이었기에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 들어가서 시, 소설, 시나리오, 희곡, 비평을 공부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26살 대학원 동기들과의 경쟁은 쉽지 않았지만, 세계의 시인들의 작품을 읽고 리포트를 매주 쓰면서 매 순간이 감동이었습니다. 그 시인들의 작품에는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과 작가의 열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뭐랄까 시를 쓰는 바탕이 되는 사상을 배운 것 같습니다. 

대학원을 올해 졸업하자 운 좋게 몇 군데에서 강의 제의가 들어왔고 제가 배운 문학을 저와 같은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옥타비오 파스의 말처럼 ‘시는 혁명’입니다. 늘 자신을 새롭게 혁명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지금은 시인의 삶이 숙명적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저는 계속 읽고 쓰다가 죽을 것 같습니다. 

4. 시인에게 동물원이란 어떤 표상인가요? 현실의 세계와 동물원의 간극이 궁금합니다. 

​저는 동물원이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곳에 가보면 늘 고요하지만, 동물들의 울음이 사방에서 들리는 것 같습니다. 마치 침묵하고 있는 민중들 같다고 느껴집니다. 좁은 우리에 갇혀서 자신을 봐 달고 하는 동물들은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야생에서 뛰어다녀야 하는 동물들이 살기 위해서 조련사에게 길들여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자본가에게 굽신거리고 아첨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가끔은 우리를 탈출하는 동물처럼 우리도 저항하고 살지요. 그러나 권력과 자본은 민중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5. 이번 시집에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관심이라기보다 제가 애정을 품고 있는 작품에 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작품을 엮다 보니까 남자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아마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영향을 저는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40년을 경찰 공무원으로 정년퇴임을 하셨습니다. 요동치는 우리나라 역사의 회오리 속에 아버지가 서 계셨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유신철폐와 군부독재라는 민중의 항거를 진압해야 하는 아버지와 혁명이라는 단어 사이에서 고뇌하던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늘 말이 없고 철학적인 학생이었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인생이라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고뇌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시인의 바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첫 시집에 등장하는 치열하고 처절한 삶의 사내들은 저의 아버지입니다. 그래서 제가 남자들한테 관대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늙으신 아버지가 제 등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6.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입니다. 첫 번째 시집에서 못다 한 여자들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또한 게임회사 개발부에 다니는 딸 덕분에 요즘 각종 게임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아마도 새로운 세계에 대한 창작품이 나올 것 같습니다.

시집 "거절하는 몇 가지 방법"을 들고 있는 한명원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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