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문학 결산] 페미니즘과 퀴어소설의 상승세... 웹소설, 장르문학, 독립문예지의 대두! 여전한 몇 가지 해결 과제
[2019 문학 결산] 페미니즘과 퀴어소설의 상승세... 웹소설, 장르문학, 독립문예지의 대두! 여전한 몇 가지 해결 과제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12.31 15:43
  • 댓글 0
  • 조회수 6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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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2019 한국 문학계는 그야말로 새로운 물결과 기존 문단 시스템의 지각 변동으로 가득했다. ‘전지적독자시점’의 성공으로 대표되는 웹소설 시장의 성장과 SF와 같은 장르문학의 확산을 비롯해 독립문예지, 독립출판, 독립서점의 등장 등 다채로운 생태계가 펼쳐졌다.

전지적독자시점은 문피아 기준 누적 조회수 3천만, 추천수 150만 이상을 기록하며 본편 완결을 맞았으며 이외에도 카카오페이지, 조아라, 네이버시리즈 등에서 수많은 웹소설들이 꾸준한 독자군을 형성하고 있다. 정확하게 웹소설·웹툰의 사업 규모를 파악한 통계자료는 존재하지 않으나,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약 4천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작년 시작된 독립문예지의 흐름은 그 종수가 점차 늘어나 2018년 대비 3배 이상의 규모로 발전했다. 비교적 선발대에 해당하는 느슨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베개’, 비주얼 문예지 ‘모티프(MOTIF)’, 올-라운드 문예지 ‘토이박스’와 같은 독립문예지는 등단과 비등단을 구분 짓지 않고 폭넓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원고를 모집하며 문학과 비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이후 생겨난 페미니즘 매거진 허들(Her:dle), 오픈 문학잡지 ‘비릿(be:lit)’ 등 개성있고 특별한 독립출판물 역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SF전문 무크지 “오늘의 SF”의 탄생과 더불어 SF작가들의 활발한 활동 역시 주목된다. 민음사가 주관하는 ‘오늘의 작가상’은 SF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김초엽 작가와 “줄리아나 도쿄”의 한정현 작가가 수상했으며 YES24 기준 장르문학 판매량은 작년 대비 20% 이상이 증가했다. 지난 11월 말에는 ‘중국 청두 국제 SF 콘퍼런스’에 한국 SF 작가들이 공식 초대받기도 했다. SF문학과 SF작가들이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두드러진 한 해였다.

영화로 재창작된 “82년생 김지영” 기자시사회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이뿐만 아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부를 판매를 돌파한 “82년생 김지영”의 국내외적 성공과 더불어 여성 작가와 여성 중심 서사가 대두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퀴어문학 내지는 퀴어소설로 칭해지는 작품 역시 문학계 안팎으로 큰 이슈와 지지를 받았다. 

앞서 언급한 웹소설 및 전자책이 포함된 온라인 콘텐츠 역시 활발했다.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웹진 거울과 웹진 문화다를 뒤따라 다양한 웹진들이 생겨났으며 일간 이슬아 등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독 시스템’으로 큰 성공을 취한 작가들이 탄생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오는 2020년 문예지발간지원 사업 내용에 온라인 콘텐츠를 포함하고 ‘등단’이라는 용어 대신 ‘데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지난 12월 30일 공개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지에 따르면 문예지발간지원 사업 신규 부문에 문학과 타장르간의 신선한 접목이 돋보이는 독립문예지가 선정되기도 했다. 2019년의 문학계는 한 마디로 ‘경계 허물기의 장’이라고 볼 수 있다. 

고은 [사진 = 뉴스페이퍼 DB]
고은 [사진 = 뉴스페이퍼 DB]

한편, 작년 ‘미투’로 논란이 되었던 고은은 금년도 11월 7일 최영미 시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항소심에 패소하며 참담한 말로를 보였다. 이는 역고소 등의 2차, 3차 피해를 받아온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큰 힘이 될만한 소식일 것이다.

동인문학상 폐지 집회 [사진 = 김보관 기자]

문학계 즐거운 소식 한켠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있다. 2015년 표절 사건 및 창작과비평의 적극적 옹호 등으로 논란이 된 신경숙 작가는 계간 문예지 "창작과비평" 2019년 여름호에 중편 소설로 복귀했다. 문학계 내 ‘표절’에 관한 명확한 인식과 함께 특정 문학 단체의 권력화 문제에 관한 꾸준한 재고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김경주 시인의 대필 사건은 많은 이들을 실망케 했다. 지난 5월 27일 흑표범(예명)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김경주 시인에 의한 비평문 대필 사실을 밝힌 후 6월 3일 김경주 시인의 공식 사과문(클릭)이 뉴스페이퍼에 게재됐다. 이 역시 문학계 내외부에 존재하는 선후배간의 권력 관계와 이를 이용한 사건으로 작가들은 물론 작가지망생들의 공분을 샀다.

더불어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이후에도 ‘문학 사설 수업 피해자’, 스승과 제자 또는 가까운 사이의 ‘그루밍 성폭력’ 등 문학계 성범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지난 10월 17일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 연대 모임 아가미가 제3차 좌담회를 갖고 “그루밍 성폭력 사각지대에 있는 사설 수업 피해자들”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며 피해자들과 연대했다.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당시 논란이 되었던 황병승 시인은 7월 24일 경기도 고양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어 문학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꾸준히 논란이 되어온 친일문인기념상 역시 계속되고 있다. 6월 11일 열린 팔봉비평문학상(한국일보 주최) 시상식과 11월 26일 진행된 동인문학상 시상식장 앞에서는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가 시위를 진행했다. 한일 양국간 정치 상황이 악화되고 친일시비건립이 무산, 폐지되는 와중에도 꾸준히 친일 문인을 기념하는 문학상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충남 부여에 위치한 신동엽문학관 [사진 = 김보관 기자]

2019년은 친일 미청산에 항의하는 동맹 휴학을 진행해 퇴학을 당하며 엄혹한 시기에 민중들을 위해 노래한 신동엽 시인의 50주기로 총 60여 건에 달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6권 이상의 책이 출간되었다. 4년간 ‘신동엽학회’의 회장을 맡은 정우영 시인은 금년도를 끝으로 임기를 마친다.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한국문예창작』을 발간, 다방면으로 문예창작학 연구를 진행하는 ‘한국문예창작학회’ 역시 이승하 교수가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한원균 교수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또한, 지난 10월 12일 ‘장애와문학학회’가 출범해 창립식 및 기념 세미나를 진행하며 장애문학, 장애인문학, 문학 속 장애 현상 등을 탐구하고자 다짐했다.

장애와문학학회 창립식 현장 [사진 = 김보관 기자]

문학 생태계의 발전에 꾸준히 힘을 더한 원로 문인들과 막 피어나는 신진 문학인들이 꾸려갈 새로운 문학판은 퀴어,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기성의 그릇된 권력 체계를 허무는 화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 다가올 신년에는 더욱 다양한 문학적 시도와 해묵은 과제의 해결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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