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기획 특집] (2)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 “도서정가제는 상호소통이 중요!”
[도서정가제 기획 특집] (2)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 “도서정가제는 상호소통이 중요!”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12.3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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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도서정가제 기획특집의 일환이다. 관련해 보다 상세한 내용은 해당 기사(클릭)를 통해 읽을 수 있다.

본 특집의 기사들은 뉴스페이퍼의 입장과 다를 수 있으며, 각 단체와 개인의 입장을 충실히 담기 위해 노력했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 [사진 = 이민우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2020년 도서정가제 재검토 시한을 앞두고 도서출판업계는 물론 웹소설, 웹툰을 비롯한 각 매체 관계자 및 독자들의 관심이 한데 쏠리고 있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출판문화생태계 발전을 위한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현행 도서정가제의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완전도서정가제’가 언급되며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이 올라와 20만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이에 뉴스페이퍼는 “출판문화생태계 발전을 위한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았던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소장과 함께 만나 ‘도서정가제’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들어보기로 했다. 책과사회연구소는 2015년 6월, 도서 생태계에 실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 및 비전 제시를 목표로 출범한 곳이다. 

백원근 소장은 한국출판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때부터 오래도록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란과 변화 등을 지켜보고 연구해온 사람이다. 그는 “도서 생태계 속에서 저자, 출판사, 서점, 도서관, 독자는 서로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라며 “우리 사회의 비전으로서 ‘책 읽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을 때, 각 부문이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나아가야 한다. 독자들의 관심사는 ‘도서정가제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양질의 다양한 책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서 읽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진 출처 = 2018 독서진흥에 관한 연차보고서, 저자 = 책과사회연구소]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은 “도서정가제는 책 생태계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약자를 위한 제도지, 강자를 위한 제도가 절대 아니다.”라며 “정가제가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의 가장 큰 차이는 할인의 강도다. 할인율이 큰 폭으로 허용됐을 때, 자본력이 막강한 강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책은 준공공재 성격이 강하지만, 공산품이어서 가격이 구입처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인 셈이다. 도서정가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무분별한 할인 판매가 허용될 경우 인터넷 서점, 그중에서도 자본력을 보유한 곳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백원근 소장은 이어 “모든 원인을 도서정가제에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보다 책을 덜 읽는 독자들과 이에 따른 매출의 감소 등을 구별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시장 내 대형출판사들의 지속적 강세에 정가제가 압도적 원인을 제공했다기보다는 ‘콘텐츠 싸움, 기획력, 필자의 인지도, 마케팅 등에서 큰 출판사는 커지고 작은 출판사들은 도태되는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대형출판사를 위한 도서정가제라는 시각은 사실을 거꾸로 보는 거다. 대형출판사도 상황이 힘들어서 현행을 유지하자는 주장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할인을 흉내 내고 거품 가격을 형성하는 행위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 [사진 = 이민우 기자]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 [사진 = 이민우 기자]

‘완전도서정가제’를 둘러싸고 독자들이 가장 크게 염려한 부분은 전자책과 웹소설, 웹툰에 관련한 지점이었다. 완전도서정가제와 함께 웹소설 등의 각 화마다 ISBN 코드를 부여하자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내 다양한 쿠폰, 할인제도나 ‘기다리면 무료’ 등의 시스템 역시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은 “전자책은 사업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정가제가 없어져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나, 아예 없애자는 게 아니라 각자 선택적으로 ISBN 코드를 부여하고 정가를 책정해 출판물의 범주에 포함될지 말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더불어 “구독 서비스 등에서 개별 작품, 개별 콘텐츠에 대한 단가를 적용하는 일은 다소 문제가 있다. 웹 콘텐츠 시장의 경우 가격 체계 자체가 다르다. 소유개념이 아닌 대여의 한 종류이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백원근 소장은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점차 성장할 텐데, 이때 가격 제도가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라며 종이책 시장과 웹 콘텐츠 시장의 분명한 차이를 짚었다.

반면 종이책은 물리적 생태계가 연결되어있어 도서정가제가 폐지될 시 대다수 출판사와 서점의 몰락을 야기하므로 ‘완전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는 게 백원근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온라인 콘텐츠 시장과 달리 종이책에 대한 정가제 모델은 오랜 시간에 걸쳐 논의된 결과”임을 강조했다.

[사진 출처 = "16~17년 국내외 전자책 시장 동향" 발표 자료, 이중호, 한국출판콘텐츠, 2017]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소장은 “전자책, 웹소설, 웹툰을 비롯한 온라인 콘텐츠 시장은 한창 커지고 있고 변화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리 재단해서 가격 제한 제도를 만들 경우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판단을 유예하거나 선택적 여지를 두는 것이 좋겠다.”며 “웹 콘텐츠는 발전의 여지가 많이 과거식 비즈니스 모델인 도서정가제를 과도하게 미래 비즈니스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웹소설과 웹툰 중 종이책으로 나오지 않는 콘텐츠들도 많다.”며 “콘텐츠 생태계 자체가 다르다.”라고도 했다. 백원근 소장은 “같은 콘텐츠를 놓고도 상황에 따라 종이책, 전자책, 혹은 동시출판 등 여러 선택지와 새로운 흐름이 존재한다.”라며 “서비스 형태에 따라 정가제 적용 여부를 공급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는 ‘가격제도 여하에 따라 판매의 유효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백원근 소장의 우려이다. 그는 “글을 읽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사서 읽기도 한다. 읽기 경험이 많을수록 신작에 대한 대기수요들이 있다. 어릴 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습관이 있는 아이들이 커서 책을 읽기 마련이다.”라며 온라인 콘텐츠 시장은 물론 도서관 자체도 하나의 활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특정 도서가 절판되지 않고 꾸준히 공급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 [사진 = 이민우 기자]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 [사진 = 이민우 기자]

도서 생태계 연구를 이어온 백원근 소장은 “정가제 문제를 능동적이고 합리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출판 단체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라며 출판사는 특히 저자, 서점 등 이해관계자들과 두루 접하는 중개자임을 이야기했다. ‘도서정가제의 필요성과 장점에 대해 소비자에게 알리려고 출판 단체들이 과연 어떤 노력을 했는지’ 질문을 던져볼 시기라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백원근 소장은 책과 서점을 국가의 문화적 자산으로 바라보는 프랑스 정부 정책과 비교하며 우리 정부의 정책적 철학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정가제에 대한 명확한 정부 입장이 결여된 채로 업계 내부 중론만 바라보고 있는데, 각자의 생존 및 이익이 연관되어 있어 공통분모를 찾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는 시각이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은 도서정가제 논란과 함께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공급률’에 관한 지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공급률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현안”이라며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어떤 서점이든 동일한 공급률을 유지하는 독일식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출판계의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공급률 문제는 한 출판사에서 시도할 사안이 아닌 출판 단체 및 유통 업계 등 거래 당사자 간 제대로 된 논의와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서 생태계 개선 및 보존을 위해 백원근 소장은 앞선 문제와 함께 ‘도서관 활성화’와 ‘여러 버전의 도서를 제작해 독자 선택지를 늘릴 수 있는 방향’ 등을 제시했다. 가격 부담이 적은 염가본, 특정 소비자들을 겨냥한 문고본 내지는 대활자본,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양장본 등 도서 공급의 다양성이 견지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백원근 소장은 맞춤형 소량 출판 또는 주문형 소량 출판을 뜻하는 POD(Publish On Demand) 서비스를 예시로 들며 “이미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데 업계의 시도가 미미해 독자들의 선택지가 너무 적다.”는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POD 등 다양한 공급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자본력이 필요한 만큼 개별 출판사의 모색보다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에서 공동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공급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각자 우물을 파기가 어렵다면 공동의 우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빗댔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 [사진 = 이민우 기자]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 [사진 = 이민우 기자]

이처럼 여러 가지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소통과 상호 신뢰성이라는 게 백원근 소장의 의견이다. 백원근 소장은 ‘어느 한 곳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문제’로 바라보고 저자부터 독자에 이르는 책 생태계가 ‘생존 공동체’임을 인지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자기 업계 이익에만 매몰되는 게 아니라 공동체 정신 필요하다.”며 어떻게 하면 서로가 잘 될 수 있는지를 찾고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부적으로 이익 다툼을 하는 사이 도서 생태계가 상당한 위기에 놓여있으므로 이제 공동의 이익을 도모할 시기라는 것이다.

도서정가제 이후 책값이 올랐다는 일부 지적에 관해서는 반대의 견해를 전했다. 백원근 소장은 “출판사가 영리 추구를 위한 곳임은 사실이나, 과도하게 가격을 올려서 이익을 취하기 어려운 경쟁구조다. 워낙 출판사 숫자가 많고 경쟁 상품이 많아서 가격 인상이 어려운 구조이며 서로 눈치를 보게 되어 일반 물가 상승률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에서 올라가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 값에 대한 체감도는 책에 관한 선호도 또는 경제적 수준 등에 따라 모두 다르다.”라고 첨언했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은 끝으로 “도서정가제 이슈와는 별개로 우리 사회가 페이퍼북이나 문고본 등 양질의 좋은 책을 다양하고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는지에 관해 출판계가 고민해야 한다.”며 “책은 공산품이기도 하지만, 준공공재적 성격이 있어 부가세 면제 혜택을 받는다. 나아가 도서관 환경은 충분한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언제든 손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사회라면 정가제 논란이 지금만큼 거셀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연도별 공공도서관 이용자 수 및 이용 책 수 [사진 출처 = 2018 독서진흥에 관한 연차보고서, 저자 = 책과사회연구소]

독자가 책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열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신뢰 관계가 없는 사이에선 한 가지 문제로 크게 싸운다. 지금 독자와 책의 만남이 그런 형국이다.”라며 “현재의 독자들은 규격화된 형태의 책을 살 거냐 말 거냐 정도만 선택할 수 있다.”라고 일갈했다. 

백원근 소장은 “도서 생태계 발전에 위협이 되는 기업형 중고서점이나 대학가 불법복제를 독자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형 중고서점의 발달은 저렴한 책에 대한 독자 수요를 반영한다. 삼사만 원짜리 전공 서적이 들고 다니기 쉬운 가벼운 만 원짜리 페이퍼북으로도 나온다면 불법복제를 하지 않고 구매하는 학생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독자들이 샛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출판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지역 서점은 그 지역의 풍속도를 바꿔준다.”며 문화 거점으로서 위치를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도서관과 지역 서점은 성격이 상이해 또 다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백원근 소장은 “완전도서정가제를 도입했을 때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양한 작가와 신인 저자의 발굴, 작은 출판사와 신생 서점의 탄생 등 새로운 문화와 취향 등이 반영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라고 정리했다.

그는 “생산과 유통의 다양성 확보가 되면 최종 수혜자는 독자들이다.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새로운 저자로서 나서기도 하며 선순환이 이뤄지는 큰 틀의 생태계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자.”라는 다짐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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