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0) / 자식을 잃는다는 것 - 황상순의 ‘춘자야, 춘자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0) / 자식을 잃는다는 것 - 황상순의 ‘춘자야, 춘자야’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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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0) / 자식을 잃는다는 것 - 황상순의 ‘춘자야, 춘자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0) / 자식을 잃는다는 것 - 황상순의 ‘춘자야, 춘자야’

  춘자야, 춘자야 

  황상순

 
  경운기 사고로 춘자가 죽은 후
  춘자 엄마는 춘식 엄마로 이름이 바뀌었다
  바뀐 이름이 입에 익지 않은 주위 몇몇이
  종전처럼 춘자 엄마라고 불렀다가
  그녀의 눈물벼락을 호되게 맞은 이후
  잠결에도 화들짝 놀라며
  춘식 엄마, 춘식 엄마 열심히 되뇌곤 했는데
  오늘 그 이름 때문에 또 사단이 나고 말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춘자가 들으면 얼마나 섭섭하겠냐고
  주저앉아 꺼이꺼이 눈물콧물 바람을 하는 통에
  더 이상 그녀를 부를 이름이 마땅치 않다
  환갑 늙은이를 새댁으로 부를 수 없고
  사모님 아줌마 할머니도 아니니
  이걸 어쩌간, 이를 어째쓰까
  오늘 단오 맞이 계모임에서도
  춘자 엄마를 새로이 부를 이름에 대하여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소쩍새가 눈치도 없이 
  춘자야~ 춘자야~ 밤새 울어댔다

  -『비둘기 경제학』(시인동네 시인선, 201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0) / 자식을 잃는다는 것 - 황상순의 ‘춘자야, 춘자야’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가장 가슴 아픈 일이 자식을 사지로 보낸 어머니의 비통한 얼굴을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는 일이었다. 산업현장에서, 교육현장에서, 건설현장에서 참 많은 자식들이 죽었다. 어머니들은 외쳤다. 내 아이 같은 희생자가 앞으로 다신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꼭 좀 그렇게 해달라고. 

  어머니는 아버지와는 많이 다르다. 열 달 동안 임신하여 자기 몸의 모든 영양분을 주었기에 분신(分身)인 셈이다. 그래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고통 중에 자식을 앞세운 고통이 제일 큰 고통이라 하여 옛날 중국에서는 이 고통을 ‘참척(慘慽)의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가장 참혹한 슬픔이라는 뜻이다. 

  이 시에 나오는 춘자의 어머니는 춘자가 경운기 사고로 죽자 사람들이 ‘춘자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죽은 자식의 이름을 사람들이 부르기 때문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춘자의 남동생인 춘식이가 있어서 ‘춘식 엄마’로 불러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사람들은 입에 붙은 ‘춘자 엄마’라고 부르고, 그러자 그만 난리를 친다. 소쩍새가 우는 소리는 흔히 ‘솥쩍 솥쩍’으로 들려서 소쩍새로 들렸다는 말이 있는데 춘자야~ 춘자야~로 들려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아무튼 새해에는 자식을 사고로 잃고 참혹한 슬픔에 잠기는 어머니들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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