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7) / 북한 인민도 커피를 – 이길원의 ‘북한 커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7) / 북한 인민도 커피를 – 이길원의 ‘북한 커피’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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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7) / 북한 인민도 커피를 – 이길원의 ‘북한 커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7) / 북한 인민도 커피를 – 이길원의 ‘북한 커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7) / 북한 인민도 커피를 – 이길원의 ‘북한 커피’

  북한 커피 

  이길원 


  북에서도 커피는 마셨지요? 어디예. 당 간부도 아닌데. 이런 일도 있었어요. 한 친구가 우리 집에 커피가 생겼으니 마시러 오라는 거예요. 친구들은 서양 놈들이 좋아하는 커피 맛 좀 보자고 모여 갔었지요. 아무리 기다려도 커피가 안 나오는 거예요. 커피 안 주노? 그랬더니 끓이고 있다는 거예요. 안 주인은 커다한 솥에 커피를 넣고 끓이고 있었어요. 그리곤 한 대접씩 가득 담아 주는데, 어찌나 쓰던지 서양 놈들은 이 쓴걸 뭐 좋다고 마시나 생각했지요. 우유 넣고 설탕 넣어 마시는 건 남쪽에 와서 알았지요. 요로코롬 향 좋고 맛있는데. 

  -『망명북한작가 PEN문학』(2019년 제5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7) / 북한 인민도 커피를 – 이길원의 ‘북한 커피’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텔레비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몇 번 보았다. 손예진과 현빈이 나와서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속으로 고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드라마가 남북한 화해 무드 조성에 일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워낙 비현실적인 내용이라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탤런트들의 북한말 흉내 내기도 왜 그리 어색한지. 박지은 작가의 이 작품은 시대극이 아니라 판타지물로 봐야 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시는 판타지가 아니라 사실이다. 

  망명북한작가 PEN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많은 북한이탈주민을 만난 이길원 전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장은 이 이야기를 직접 듣고서 썼다고 생각한다. 북한에는 커피점이나 카페가 있어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풍경이 그간 없었던가 보다. 커피가 생긴 어느 집에서 큰 솥에 끓이는 광경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커피포터, 커피잔, 각설탕, 테이크아웃, 원두커피, 카페라떼, 카푸치노……. 지금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아마도 10년 전까지는 그들의 생활과 꽤 거리가 있는 물품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아메리카노는 북한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북한이 통제사회가 아닌 개방사회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본다. 3부자가 세습한 세계 유일의 나라, 북한주민의 생활상을 알게 한 이 시는 유머러스하지만 그 사회의 경직함을 눈치 챌 수 있게 하므로 가슴이 답답해진다. 개성 관광을 한 적이 있었는데 버스를 타니 지척이었다. 지금은, 너무 멀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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