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9) / 카톡 카톡 카톡 – 김차순의 ‘카톡의 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9) / 카톡 카톡 카톡 – 김차순의 ‘카톡의 변’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1.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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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9) / 카톡 카톡 카톡 – 김차순의 ‘카톡의 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9) / 카톡 카톡 카톡 – 김차순의 ‘카톡의 변’

    카톡의 변

    김차순 


    굳은 화석처럼 시간의 결로 속에서 
    어느 날 문득 낙서처럼 보내온 ^^~♡^^
    무한의 지평 속에서 외계어로 읽었다

    수신음 차단해도 막무가내 밀고 들어와
    정신을 지배하는 종교가 되어버린
    내 생에 무임승차해 족쇄가 된 이모티콘

    ―『열린시학』(고요아침, 2019년 가을호)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79) / 카톡 카톡 카톡 – 김차순의 ‘카톡의 변’ [이미지 편집 = 김보관 기자]

  <해설>

  우리네 삶 속에 어느 날 전화가 들어왔다. 교환수가 전화를 연결해주는 시대가 있었다. 다이얼을 돌리는 전화가 숫자를 누르는 전화로 바뀌었다. 삐삐라는 것이 등장했다. 휴대폰이 등장했다.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마침내 카톡이 등장했다. 카톡에서 주로 쓰는 기호가 처음에는 이상해 외계어로 읽혔는데 지금은 문자보다 더 편한 경우가 있다. 

  지하철에 앉아 계신 어르신네들도 지금은 다 스마트폰을 지니고 다니는데 귀가 좀 어두운지 문자가 오면 카톡 카톡 카톡 옆 사람들에게 다 들리게끔 큰소리를 내게 해놓았다. 옆자리의 할머니가 무슨 글자를 쓰고 계신가 했더니 이런 문자를 날리고 계셨다. 글자가 아닌 문자를. 

  0 ̄ ̄∪ ̄ ̄0
    ̄l~♡~l ̄
       l____l

  사랑의 내복을 누구에게 보내고 계셨던 것일까. 

  시인의 말마따나 수신음을 차단해도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온다. 문제는 카톡이 내 정신을 지배하는 종교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에 철저히 예속되어 있다. 카톡의 등장에 환호하다가 카카오톡의 무차별적인 광고에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다. 카톡이 사라지면 어떻게 사나,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지나 전보가 중요한 정보통신시대에 인간은 불행했는가? “내 생에 무임승차해 족쇄가 된 이모티콘”이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가? 아아 시인은 결국 조상이 물려준 문자를 사수하는 아날로그 세대지 기계와 더 친해지는 디지털 세대가 될 수 없나 보다. ㅎㅎ ㅋㅋㅋ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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