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80) / 살아 있는 스마트폰 – 윤삼현의 ‘스마트폰은 알고 있다’
스마트폰은 알고 있다
윤삼현
젤 친한 친구
스마트폰이다
퍼즐게임 한 번 하고 나면
한 시간이 뚝딱 지나간다
톡톡톡 단추를 두드리다 보면
바람처럼 시간이 지나간다
공부시간에도
스마트폰 만지작만지작
둘이 죽고 못 산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긴장하고 있다
손 끝 떨림이 말해 준다
사나워진 엄마 눈초리가 자기 때문이란 걸
진심으로 알아차리고 있다
—『지구본 택배』(청개구리, 2019)

<해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선생님이고 친구다. 손에 들고 게임을 할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전화기와 게임기와 컴퓨터가 손 안에 들어오는 스마트폰이 신이 된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성당에 가면 일부 신자는 찬송가집이나 성경책, 혹은 『매일성경』 대신에 스마트폰을 들고 미사를 본다. 신이 스마트폰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인 양.
이 동시를 쓴 이는 스마트폰을 의인화했다. 스마트폰과 아이가 죽고 못 사는 사이다. 그런데 스마트폰도 알고는 있다. 친구가 나만 들고 있으면 협동심을 키울 수 없다고. 기계 의존증이 심해지면 사회성을 기를 수 없다고. 손을 떨고 있는 주체는 아이다. 스마트폰은 아이의 손 떨림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 어머니가 자기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이 또한 게임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참 문제다. 중독성이. 아이들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으면 일부 아이들에게는 공황상태가 오지 않을까? 참외 서리를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 풀피리를 불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 토끼몰이 사냥을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 개울에서 물장구를 쳐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어 행복해진 것일까?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산천초목을 보지 않고 오직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