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87) / 내가 라면이라면 - 권기덕의 ‘라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87) / 내가 라면이라면 - 권기덕의 ‘라면’
  • 이승하 시인
  • 승인 2020.01.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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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87) / 내가 라면이라면 - 권기덕의 ‘라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87) / 내가 라면이라면 - 권기덕의 ‘라면’

  라면 

  권기덕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

  운동할 땐 고릴라라면
  춤추고 싶을 땐 캥거루라면
  대화가 필요할 땐 앵무새라면
  수영하고 싶을 땐 물개라면
  협동할 땐 개미라면
  여행하고 싶을 땐 제비라면
  깜깜한 길 가야 할 땐 올빼미라면
  친구 도와주고 싶을 땐 악어새라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라면이 되고 싶다

  -『동시발전소』 (2019년 여름호)

 

  <해설>

  라면은 일본어 라맨(râmen)에서 왔다는 설이 있고 중국어 납면(拉麵)에서 왔다는 설이 있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 동시에서 라면은 먹는 라면이 아니라 어떠한 사실을 가정하여 조건으로 삼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인 ‘라고 하면’의 준말인 라면이다. 

  요즈음 어른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동시 같지 않은 동시가 많이 발표되고 있는데 권기덕 시인의 동시는 그렇지 않다. 화자를 아이로 한 것이 확실하고 독자를 아이로 삼은 것 또한 틀림없다. 

  화자는 동물에 빗대어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한다. 힘 좋은 고릴라, 깡충깡충 잘 뛰는 캥거루, 사람 말을 잘 따라하는 앵무새, 수영 도사인 물개, 무거운 것은 같이 들고 가는 개미, 쏜살같이 나는 제비, 야행성 조류인 올빼미, 친구 사이인 악어와 악어새를 등장시켰다. ‘라면’ ‘라면’ 하고 말하면서 자기 소망을 밝히는데 이 동시를 외국어로 번역하라고 하면? 번역은 할 수 있겠지만 맛깔스런 우리말인 ‘라면’이 다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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