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6년 문단, 표절 논란 이후의 대안부터 문단 내 성폭력까지...
[기획] 2016년 문단, 표절 논란 이후의 대안부터 문단 내 성폭력까지...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6.12.18 18:03
  • 댓글 0
  • 조회수 2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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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해 문단은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 논란과 그로 인해 촉발된 문학권력 비판으로 떠들썩했다. 결국 출판사 문학동네는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강태형 대표와 1기 편집위원 6명이 모두 퇴진했다. 창작과비평은 표절 논란에 대한 책임과 창간 50주년을 맞아 편집진을 개편했다. 문학권력 논쟁은 문단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부정적 상황을 인식하고 대안을 찾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었다.

표절 논란 이후 2016년 문단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표절 논란 이후 자생, 대안 매체를 찾는 노력부터 "문단_내_성폭력" 페미니즘 이슈까지 지난 1년 동안 문단에서 화제가 된 크고 작은 이슈를 살펴보았다.

신생과 혁신 겪은 문예지... 독립출판-독립서점 자생의 길 걷기도...

표절사태와 문학권력은 문단의 생태계를 이루는 문예지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16년에는 신생 문예지의 성공이 빛났으며, 이에 영향을 받은 기존 문예지들의 개혁이 이뤄졌다. 또한 독립서점-독립잡지가 활기를 띄는 등 대안과 자생에 대한 이야기가 돋보이기도 했다.

악스트, 릿터, 미스테리아 등 혁신 문예지들의 편집자들이 참여한 문예지 포럼 <사진=뉴스페이퍼 DB>

표절 논란이 한창이던 15년 7월 창간호를 낸 소설전문 잡지 <악스트>는 대안매체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창간 1주년을 넘은 지금에도 1만부 간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민음사는 16년 8월 <세계의 문학>의 뒤를 잇는 문예지 <릿터>를 창간했다. <릿터>는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반응했으며, 잡지 같은 판형, 음악, 영화에 대한 컨텐츠 등 대중 지향적인 컨텐츠 등으로 많은 호응을 얻었다.

악스트와 릿터의 성공은 기존 문예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문학과사회>는 16년 가을호를 '혁신호'라고 정하고, 디자인부터 내용까지 많은 변화를 선보였다. 별책인 하이픈에서는 '세대론-픽션'을 의제로 정하고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월간 <시인동네>는 10월호부터 계간지에서 월간지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가격을 4,900원으로 크게 낮췄다. <시인동네>는 시 전문지로의 가치를 그대로 담아내면서 동시에 외부의 시선도 포함했다.

광주에 위치한 문학전문 서점 "검은책방 흰책방" <사진 = 뉴스페이퍼 DB>

이처럼 문예지들이 새로운 모습을 시도하는 한편 문학 서적을 중심적으로 취급하는 독립서점들도 크게 증가했다. 김태형 시인이 운영하는 '청색종이'가 1월 22일 오픈식을 진행했으며, 유희경 시인이 운영하는 "위트 앤 시니컬"이 6월 7일 정식으로 오픈했다. 이밖에도 문학전문서점 "검은책방 흰책방", 시집 전문서점 "시인보호구역" 등이 등장하는 등 자생적 독립서점들이 생겨났으며, 독립서점에 힘입어 독립출판물 또한 크게 증가했다. 문단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적인 움직임들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한강 소설가의 맨부커 상 수상과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

5월 17일 새벽 프랑스에서 날아온 소식은 한국 문단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한강 소설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수상의 영광을 얻은 것이다. 맨부커상은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으로, 한강 소설가의 맨부커 상 수상은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증명하고자 노력했던 이들의 갈증을 채워주었다.

"채식주의자"의 번역을 맡은 데보라 스미스 <사진 =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한강 소설가의 수상은 번역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졌다. 기존에 번역지원 사업을 해왔던 한국문학번역원, 대산문화재단은 물론이고, 다양한 기타 문화단체들이 앞장서 지역의 문학, 유수한 문학인들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고자 번역사업에 뛰어들었다. 또한 해외 에이전시들의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다양한 한국문학이 해외에 소개될 예정이다.

한강 소설가의 맨부커 상 수상은 자연스럽게 노벨문학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스웨덴 한림원이 내놓은 노벨 문학상에 대한 답변은 놀라운 것이었다. 가수로 유명한 밥 딜런이 2016년 노벨 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의 이같은 결정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문학의 종말이라는 극단적인 반응부터 외연 확대라는 긍정의 시선, 밥 딜런이 처음부터 시인이었다는 시인론까지. 다양한 관점이 충돌하며 이슈가 되었다.

두 작가의 문학상 수상은 전자는 한국문학에 대한 긍정으로, 후자는 문학의 외연확대 혹은 본질의 상실이라는 두려움 등의 반응을 이끌었다.

"#문단_내_성폭력", 고발 운동에서 작가 서약까지...

지난 10월 20일 트위터에서는 놀라운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명 시인, 소설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며, 성적 피해를 폭로했다. 10여 명이 넘는 소설가, 시인들의 이름이 거론되며 문단은 충격에 휩싸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문인들 일부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게시하기도 했으나, 몇몇은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사진 = 트위터 갈무리>

고발 운동은 문인들이 소속된 문인단체, 문인들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국시인협회는 성추문 의혹이 밝혀지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국작가회의는 공지영 소설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성폭력 징계 위원회를 구성한 상태이다. 민음사, 문학과지성사 등은 가해자로 지목된 문인들의 책을 절판, 출고 정지했다.

또한 문학, 출판계의 성폭력 심각성을 인지한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된 "페미라이터" 모임도 생겨났다. 이들은 관련 사례를 수집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작가 서약을 모으기도 했다.

가을부터 시작된 문단 내 성폭력 운동은 고발의 단계를 지나 수습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온전히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밖의 문단 이슈들... 어떤 게 있었을까?

- 문학진흥법 국회본의회 통과, 정식 시행...

지난 15년 12월 31일 "문학진흥법"이 국회본의회를 통과했다. 문학진흥정책을 통한 체계적인 계획, 지원 체계 구축, 문학 전문 인력 양성과 지원, 문학단체 지원, 문학관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문학진흥법"은 "국가가 문학을 진흥시킬 수 있겠느냐"는 의문부터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법적 제도가 마련된 것은 긍정할 일"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8월 4일 정식으로 시행된 문학진흥법이 유명무실한 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존중 방식의 차이... '악스트 사태'

문학권력 논쟁이 한창이던 15년 7월 등장한 <악스트>는 기존 문예지에서 볼 수 없었던 판형과 참신한 시도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런 <악스트>가 16년 초 발간한 4호 인터뷰로 인하여 구설수에 올랐다. 듀나 작가와의 인터뷰가 "작가에 보인 태도가 적대적"이었으며 "몰이해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악스트>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된 가운데, <악스트>를 발간하는 은행나무 출판사가 1인 팬진 알트 SF에 저작권과 관련된 압력을 넣으면서, 알트 SF가 폐간되게 되었고,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악스트에 대한 비판 여론에 불을 붙였다.

결국 <악스트>는 3월에 발간된 5호 아우트로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하며 사태가 마무리 되었다. <악스트> 사태는 한국 장르문학과 본격문학 사이의 완충제가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의 시선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 오랜 역사의 흔들림, 실천문학 내홍

3월 15일 실천문학의 편집위원 서영인, 김원, 김정한, 김종훈, 장성규, 황인찬 등 6명은 사퇴 성명서를 발표하고 3월 11일 있었던 주주총회가 실천문학의 역사정 정체성을 부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주총회에서 일부 대주주들이 주요한 결정을 일방적으로 행했다며 크게 반발했다. 

실천문학사의 전 대표를 맡았던 김남일 소설가는 공공의 영역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실천문학 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공지영, 김용택, 안도현 등 100여 명의 문인들이 포함되어 있는 "실천문학의 공공적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11월 2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실천문학에 대한 집필 거부를 선언하기까지 이르렀다. 실천문학 내홍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 출판사 자음과모음 부당전출 문제

지난 6월 28일 전국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윤정기 편집자를 부당발령했다고 설명하며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윤정기 편집자를 업무를 보기 힘든 허름한 사무실로 발령했다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자음과모음에 항의하는 독자, 저자, 출판노동자 공동 서명을 실시하고 윤정기 편집자의 원직 복구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작가들은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자신의 책을 절판 요청해달라고 전했으며, 조동범 시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가장 가까운 동료의 고통은 외면하느냐"며 침묵하고 있는 작가들에 대해 비판했다.

결국 규탄 성명서가 발표된 후 1달이 지난 7월 29일 자음과모음 출판사는 언론노조와 합의를 통해 부당전직과 일련의 분쟁 과정에 대해 사과했으며, 윤정기 편집자를 8월 1일자로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 문단 내 뿌리 깊은 친일문학 문제...

한국문인협회가 7월 26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육당 문학상과 춘원 문학상을 제정, 내년부터 수상자를 선정하기로 정하자, 역사정의실천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크게 반발하며 나섰다. 결국 문인협회는 "두 문학상의 시행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제정을 철회했다.

그러나 동서문화사가 육당학술상과 춘원문학상을 제정한다고 9월 13일 밝히면서 친일문학 문제가 다시 한번 대두됐다. 민족문제연구소,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등은 친일문학상을 반대하는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였으며, 지난 11월 29일에는 대학로 함춘회관에서 <친일문인 기념문학상 반대 긴급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친일문학상인 미당 문학상과 동인 문학상은 그 권위를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다. 문단 내 뿌리가 깊은 친일문학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

- "시인광장" 보이콧, 시의 저작권 문제 제기

웹진 시인광장은 2006년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매년 시 1,000편을 게시하고, 올해의 좋은 시를 선정해 출판해왔다. 이런 웹진 시인광장에 시의 저작권 문제가 제기됐다. 박진성 시인은 8월 경 SNS를 통해 "웹진 시인광장이 시인들의 시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게재하고 있다"고 항의했으며, 박 시인의 이러한 항의에 여러 시인들이 동의를 나타내며 보이콧 운동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이어 "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도 "<무크 파란> 창간호의 원고들 가운데 일부를 (주)파란의 동의 없이 <웹진 시인광장>에 수록한 경우들을 알고 있다"며 "(주)파란에서 마련해 배포한 신간 안내문을 비롯한 일체의 문서와 자료를 <웹진 시인광장>에 게재하는 행위를 허락하지 않겠습니다."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웹진 시인광장에 발송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제기에 웹진 시인광장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으며, 권혁웅, 김경주, 나희덕, 송재학, 오은, 이윤학, 조재룡, 채상우 등 시인ㆍ평론가 39명은 성명서를 통해 영리 목적의 무단 게재를 반대하며, 시의 저작권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인이다

10월 소문으로만 떠돌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한국문화예술위 회의록을 통해 확인되며 큰 파장이 일었다. 각 예술인 단체들이 기자회견과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연이어 발표했으며, 다양한 각도에서의 조사가 이뤄졌다.

작가들에 대한 사찰과 사상검증 등이 이뤄졌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이어져 아직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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