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특집] 길고 긴 설 연휴, 지긋지긋한 잔소리에 딱 맞는 책 추천 4선!
[설날 특집] 길고 긴 설 연휴, 지긋지긋한 잔소리에 딱 맞는 책 추천 4선!
  • 김보관 기자
  • 승인 2020.01.23 15:36
  • 댓글 0
  • 조회수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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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매해 잊지 않고 찾아오는 설날이다. 떡국과 무관하게 ‘한 살’이 다시 당신에게 배달됐다. 간만에 가족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도, 묘하게 설레는 연휴의 나른함도 좋지만, ‘연휴’ 하면 ‘잔소리’를 빼놓을 수 없다. 

“취직은 언제 하니?” “애인은 있지?” “살 조금만 빼면 인물이 살겠다!” “결혼은?” “애는...”

인터넷에는 ‘명절 잔소리 가격표’도 떠도는데. 어른들께 보여줘도 은근슬쩍 하던 이야기만 이어간다. 역시 이럴 때는 방에 콕 박혀 뭐라도 하는 척 도망가는 게 최선이다. 기나긴 명절 연휴, 친척들의 지긋지긋한 잔소리를 피해 달아나기 좋은 책 4선을 뽑았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러니 제발 그만!

첫 번째 책은 플랫폼 브런치에서 4,600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박은지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세상에 만연한 오지랖과 참견을 피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편하게 일독을 권한다. 총 세 가지 챕터로 구성된 “제가 알아서 할게요”에서는 ‘제 행복은 제가 고를게요 : 온전한 어른이 되는 법’, ‘이런 칭찬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 일과 인간관계에서 선택당하지 않고 선택하는 법’, ‘결혼 생활도 알아서 할게요 : 역할이 아닌 ’나‘로 살아남는 법’을 속 시원하게 풀어낸다.

‘그 나이에도 아이돌을 좋아하니?’ ‘화장 좀 하고 다녀라’ ‘원래 다 그래’

남들의 시선과 기준에 지친 독자들에게 ‘나답게 살 수 있는 용기’를 건네는 에세이집 “제가 알아서 할게요”는 이 같은 말들을 명쾌하게 반박한다. 명절날 나를 지치게 하는 잔소리에 고구마를 먹은 당신, 이 책을 통해 마음 시원한 ‘사이다’를 들이키길 바란다.

  어른들은 아기는 그냥 낳아야 하는 거라고, 낳으면 다 키우게 되어 있다고, 아이를 낳아야 진짜 어른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누구를 위한 삶일까. 잘 모르겠다. 우리 부부의 행복을 위해서일까, 아니면 태어나는 아기에게 멋진 생을 살 기회를 주기 위해서일까. 딱히 양쪽 다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박은지 작가의 “제가 알아서 할게요” 중에서.

에라 모르겠다! 역시 연휴는 술이지, “안녕 주정뱅이”

일상에 치여 ‘명절 연휴만큼은 실컷 쉬겠다!’는 마음으로 홀로 자취방에 남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자유로운 독신들에게 권여선의 단편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추천한다. 총 9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안녕, 주정뱅이”는 저마다의 이유로 취해있는, 어쩐지 낯설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관희가 무릎 위에 얹힌 문정의 주먹 쥔 손을 살며시 펴주며 말했다.
  “그렇게 꽉 쥐지 말아요, 문정씨. 놓아야 살 수 있어요.”

-권여선 작가의 ‘카메라’ 중에서.

한 번쯤 주정뱅이가 되면 뭐 어떤가. 오래간만에 생긴 나흘간의 여유. 다음날을 위해 숙취 음료 두둑이 사두고 진탕 취해보는 일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애주가의 결심” 그래도 이번 연도에는 꼭...

술에 잔뜩 취한 뒤 다음날이면 이른바 ‘현타’가 오곤 한다. 1월 1일에 결심한 것도 슬슬 무너져가고, 올해도 역시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듯해 울적해진다면 은모든의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을 열어보자. 애주가들이라면 무릎을 탁! 치고 공감할 만한 안주와 술의 조화가 펼쳐진다. ‘본격 음주 힐링기’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소설 속 등장하는 술 종류만 50여 개가 넘는다.

  보틀숍에서 케이오틱 더블 IPA 한 병을 집고 레드락 생맥주도 한 잔 받아 자리를 잡았다. 레드락 생맥주가 든 플라스틱 잔은 돗자리를 펴는 동안 이미 말끔히 비운 상태였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물기 어린 풀냄새가 났다. 나는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 천천히 심호흡했다. 그리고 파우치 안에 항상 넣고 다니는 병따개로 맥주병을 땄다. 더블 IPA라는 이름처럼 9.7도의 도수를 가진 맥주는 과일향이 나는 한편 목 넘김이 묵직했다. 또한 맥주를 삼킨 뒤에도 입안에 한동안 쌉싸름한 맛이 남았는데 그게 싫지 않았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는 참새 소리가 섞여들어 있었다. (후략)

-은모든 작가의 “애주가의 결심” 중에서

아직도 늦지 않았다. 2020년은 음력부터! 심기일전해 새해의 다짐을 되새겨보자. 물론,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다.

취직도, 연애도, 어쨌거나 “계속해보겠습니다”

이런저런 풍파와 어려움 속에서도 새해는 밝아오고 시간은 흘러간다. 남들은 앞서가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하지만 길고 긴 레이스에서 ‘이기는’ 쪽은 끝까지 나아간 쪽이다. 마라톤의 승자는 결국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지금 당장 입시가, 취직이, 연애가 잘 안 되더라도 너무 낙담하지 말자. 아무래도 어렵다면 황정은 작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를 읽으며 잠시 여유를 가져보자. 익숙한 듯 낯선 인물들의 하찮은 하루하루가 적잖은 위로로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나는 말했다.
  공룡이 사라졌잖아.  
  어.
  멸종했잖아.
  멸종했지.
  멸종이라서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것 같지만 실은 천만년이 걸렸대.
  그랬대?
  천만년에 걸쳐 서서히 사라진 거야.
  꽤 기네.
  길지.
  .........
  그렇게 금방 망하지 않아.
  세계는, 하고 덧붙이자 나나가 말했다.
  그렇게 길게 망해가면 고통스럽지 않을까.
  단번에 망하는 게 좋아?
  아니.
  그럼 길게 망해가자.
  망해야 돼?
  그렇게 금방 망하지는 않겠다는 얘기야.

-황정은 작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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